민주화 운동권과 진보 세력의 공적이었던 조선일보가 보수 우파 집단의 격렬한 비난에 휩싸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박 정권 초기에 성 추문으로 물러난 우파 인사 윤창중은 조선일보를 ‘가장 악랄한 언론’이라 지칭하며 핏대를 세웠다.

우 병우 사태에서 비롯된 초유의 촌극이다. 우 병우 내치기의 숨은 주역으로 조선일보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송 희영 전 주필의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은 우병우는 온데 간데 없고 송희영의 부도덕한 처신이 일급 뉴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조선일보 평 기자들까지 나서서 송 전 주필의 문제를 샅샅이 밝히고 사측이 사과해야 한다는 시위를 하는 판이니 문제가 쉽게 마무리 되지는 않을 듯 싶다.

성동격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살펴보면 문득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우병우 비리 의혹이 이 석수 감찰관 정보 누출 사건으로 화살의 방향이 바뀌더니, 다시 송 전 주필의 문제로 화살이 굴절됐다. 덕분에 우병우 사태로 자칫 치명상을 입을 위기에 놓였던 청와대는 지금 관망자의 자세로 대통령의 외유 성과 알리기에 매달려있는 중이다.

청와대의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격이다. 하지만 박 정권이 정말 득을 봤을까? 당장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수세력이 자신들을 대변하던 언론에 매질을 하고, 그 언론의 덕으로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이들 마저 삿대질을 하고 나선, 곧 보수의 분열로 분석해 본다면 먼 장래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어떻든 조선일보의 신세가 옹색해졌다. 자신들이 기를 쓰고 만들어준 정권이 갑자기 돌아서서 칼을 겨누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권력과 어깨동무만을 하고 지냈던 과거의 전력 때문에 누구 하나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다. 이번 일을 기화로 조선일보가 정권의 눈 밖에 난 진영의 고통을 살피는 언론으로 거듭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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