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연한 뜻밖의 발견을 ‘우연의 법칙’ 또는 세렌디피티의 법칙이라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리히텐베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발견은 그것이 결과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 멀리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우연(偶然)에 속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성이 있는 사람들은 편지를 쓰듯 그냥 앉아서도 발견이나 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떤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면 과학적인 원리를 동원하여 거창한 공식을 대입시켜 어렵도록 보이게 한다.

본래 이 말은 1754년 영국의 호레이스 월폴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렌딥의 세왕자》라는 동화에 나오는 왕자들이 ‘그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하면서도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에서 이 단어가 만들어 졌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귀중한 것을 발견하는 우연한 기회가 세렌디피티라면 이 기회를 얻은 운 좋은 발견자는 최소한 자신이 발견한 것이 창조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발명가 에디슨이 등사판의 아이디어를 떠 올렸을 때 그는 다른 것에 중점을 두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아이디어가 위대한 발견임을 깨달을 만큼 좋은 감각이 있었고 곧바로 그 쓰임새를 접목 시켰다. 말하자면 생각의 폭이 좁거나, 한 가지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아이디어가 왔을 때도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지금 당장은 별 소용이 없고 하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관심의 영역을 넓게 펼쳐보면 그 속에 뭔가 중요한 것을 눈여겨볼 때 우연한 행운, 즉 세렌디피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그러하고, X선을 발견한 뢴트겐이 그러하고,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이 그러하고, 예방접종을 발명한 파스퇴르가 그러하고, 종두를 발명한 제너가 그러했다.

일본에서 최초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의 경우는 단백질에 금속 분말을 섞고 레이저로 단백질을 분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잘못 들어간 글리세린이 작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를 안겨준다.”고 파스퇴르는 명언을 남겼다. 이런 우연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준비되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유형의 우연은 우뇌가 활성화 되었을 때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우연들은 단순한 우연이나 신의 은총이 아니라 99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노력에 의한 영감이 우연으로 가장하여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 졌는데,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것이 좌뇌 이고 우뇌는 아이디어, 영감 등 초 논리적인 것을 주로 관장한다. 옛날에는 주로 우뇌가 발달하여 예지력이 뛰어났지만 현대인들은 수학과 과학 등 논리적인 학문에 중점을 두다보니 좌뇌가 발달하고 우뇌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좌뇌를 고갈시키라고 한다. 어떤 문제점이 도출되면 우선 좌뇌를 써서 해결을 시도한다. 좌뇌가 고갈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좌뇌가 더 이상 활동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뇌가 활동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부터 우뇌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샘솟듯 떠오른다는 것이다.

몰입과도 같은 말인데 무엇에 대해서 알고자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을 가장한 우연으로 와 닿는 것이다. “본래 우연이란 없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했던 사람이 발견하거나 만들어 냈다면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가지고 온 것이다.”이 말은 헤르만 헤세가 성장소설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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