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떤 일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일의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이다. 후한(後漢) 때에 학자 장패(張覇)의 아들 장해(張楷)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학문만이 아니고 도술에도 남다른 조예가 깊었으며 벼슬에 대한 욕심도 전혀 없어 임금이 여러 번 사람을 보내 벼슬을 하도록 종용하였으나 병을 핑계삼이 끝까지 출사하지 않고 시골에서 빈한하게 살아간 특이한 사람이었다.

“사람의 한평생이 결코 길지만 않는데 무엇 때문에 그 악다구니 속에 들어가 힘들어하며 귀를 더럽히고 여러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아까운 세월을 허비한단 말인가?” 장해는 이렇게 말하며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悠悠自適)한 한가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춘추》를 비롯하여 《고문상서》등에 정통한 학자로 제자가 100여명에 이르렀고, 그의 명성을 듣고 이름 있는 학자, 환관, 외척 등 세도가들이 모두가 그와 가까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버지의 피를 속이지 못해서인지 때 묻은 자들을 싫어하며 조용히 사는 것이 자기의 기쁨으로 알고 살아가는 선비였다. 그리고 일정한 수입이 없으므로 가난은 면치 못했다. 특히 말(馬)이 없어서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겨우 소재지에 나가 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때 그의 학문이 아까워 장관들이 무재(茂才:원래이름은 수재(秀才)였는데 후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를 피휘(避諱)하여 무재라고 함)로 추천해 장릉령(長陵令)에 제수 했으나 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홍농산에 은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과 학문을 배우고자 산중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루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그것이 싫어서 화음산 밑에 있는 고향으로 낙향하고 말았다.

화음산 남쪽에는 그의 호를 딴 공초시가 생기기까지 했다. 안제가 죽고 순제가 즉위하자 중앙에서 다시 그를 현량(賢良)으로 천거했으나 역시 벼슬길에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백성들은 더욱 늘어만 갔다. 그 어려운 시골구석에 그에게 가르침을 얻고자 날로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극성스러움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된 장해는 마침내 화음산 속으로 도망해 잠적하고 말았다.

그런 다음 도술로서 자기 거처 주변 사방 오리 정도를 안개로 덮어 아무도 자기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안개를 ‘오리무(五里霧)’라고 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가운데 중(中)자 한자를 더 넣어서 ‘오리무중(五里霧中)’의 고사가 유래되었다. 당시 관서에 사는 배우(裵優)도 삼리 안을 안개로 덮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장해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장해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했으나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환제가 즉위했을 때 배우가 안개를 일으켜 도적질을 하다가 잡힌 일이 있었다. 누구에게 안개를 일으키는 방법을 배웠냐고 다그치자, 장해에게 배웠다고 거짓 진술을 한다. 장해는 만나본적도 없는 배우의 무고로 2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옥중에서 경전을 읽고 《상서》의 주를 달았다. 요즘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어떤 단서도 없을 때 ‘오리무중’에 빠졌다고 한다. 짓은 안개가 끼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비유적으로 많이 쓰는 고사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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