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은 농민에게 축복이다. 올 벼 농사는 대풍이다. 당사자인 농민들은 축복 받았다고 즐거워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쌀 처리할 걱정이 앞선다. 수매가가 낮아지는 것에 불만이 많다. 그래도 전량 수매나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수매에 내지 못하면 보관 밖에 길이 없다. 그나마 창고가 없다. 그래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나 있다면 견딜 만 하다. 기댈 곳도 없다. 정부가 원망스럽다. 자식처럼 키운 나락이 갈수록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농민들은 농산물 값이 20-30년 전 가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농정 당국자들에게 “당신들 같으면 30년 전 월급 받고 살 수 있겠느냐”고 항의한다. 그래도 꿈쩍 않는 정부가 야속하다. 갈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수확량은 늘어난다. 나락은 그래서 농민들이 들지도, 놓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의 농업 정책은 상공업을 위해 농업을 포기시키는 정책밖엔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농업 정책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농민을 위한 농업 정책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농정은 실상이 농민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농식품위원인 이개호 의원이 밝힌 국감 자료를 보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수매 비축 물량은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산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aT는 또 쌀 수입도 모자라 싸라기까지 수입, 판매하기 위해 수요조사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사짓기에 부적합 농업용수는 지난 5년 사이에 9%나 늘어났다. 농어촌공사가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추진한 수익사업은 이익은커녕 원금회수율이 34%에 불과,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땅의 농업과 농민들이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현실이 국감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정책을 농업 말살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농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농민들도 잘 안다. 하지만 안보 차원에서라도 농업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농업을 말살 시키려들지 않아도 갈수록 농촌 인구는 줄어든다. 따라서 농업 종사자도 줄어들게 돼있다. 안보 차원은 물론, 환경 문제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소규모 농업의 보존과 육성은 필요하다. 수출만 외치다 우리의 근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시위에 나선 농민들이 상하지 않는 나라, 농민들이 풍요를 구가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길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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