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지난 2일이 노인의 날이었습니다.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합니다. 세계 노인의 날은 1일인데 우리나라는 그날이 국군의 날이라 하루 뒤로 정했답니다. 저는 이에 대해 불만입니다. 예전엔 국군의 날이 공휴일이고 각종 행사가 있었지만 이젠 없으니 세계 각국과 발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글로벌 시대라고들 합니다. 국제 사회와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에서 UN이 정한대로 1일을 노인의 날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얼마 전 노인대학에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노인대학이 아니었습니다. 20대 대학생들보다 진지한 자세의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신다더군요. 200여 명(학생들이니까 ‘분’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중 100여 명이 가신답니다. 지금쯤 다녀오셨겠지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보람 있는 삶을 가꾸시는 ‘대학생’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젊은이에게 묻습니다. 노인을 사회와 국가에 부담만 주는 세대라고 생각하십니까? 부양해야 하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당신들의 뿌리입니다. 뿌리가 약하면 제대로 성장하지도, 살지도 못합니다. 당신들이 더 크게, 더 튼튼하게 발전하고 싶다면 뿌리가 크고 튼튼해야 합니다. 더 크고 강하게 성장하고 싶다면 노인들을 잘 모셔야 합니다. 노인은 한분 한분이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모르는 것은 그분들에게 물으십시오. 경륜과 경험으로 쌓인 ‘내공’을 당신에게 주실 것입니다.

노인들의 날 행사는 6일 스포티움에서 영광군 주관으로 ‘잔치’를 벌인다는군요. 예년처럼. ‘100세 시대’를 운위하며 ‘무병장수’를 빌고 축하한다는 벼슬하는 사람들의 ‘축사’가 이어지는 기념식과 점심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겠지요. 물론 분위를 돋우는 공연도 곁들이겠지요. 이것은 잔치가 아닙니다. 노인들이 진정으로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예의상 치르는 ‘행사’일 뿐입니다.

어른들은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합니다. 자식들 없는 노인의 날 행사는 노인들을 더욱 쓸쓸하고 씁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객지에 있는 친자식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벌이는 ‘재롱 잔치’이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소중한 저희들의 스승이십니다” 하는 진심을 담아서 말입니다. 영광군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것보다 청년회의소(JC)나 사회단체가 나서는 것이 좋겠지요.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습니다. 미래의 설계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통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 ‘통찰’은 노인이 미래 설계의 한 축으로 동참할 때 얻어집니다. 노령 인구 비중은 갈수록 늘어납니다. 그만큼 복지 수요도 커집니다. 노인이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사회도, 나라도 병들고 불행하게 됩니다. 노인도 사회를 끌어가는 중요한 축으로 동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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