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기 대상인이자 정치가인 여불위(呂不韋)(?~기원전235)는 위(衛)나라에서 태어났으나 한(韓)나라에서 장사를 하여 대부호가 되었다. 그가 조(趙)나라 도읍 한단(邯鄲)에서 장사를 할 때 인질(人質)로 잡혀와 외롭게 지내는 진나라 자초(子楚)라는 왕자를 만나게 된다. 여불위는 자초를 왕으로 만든다면 그보다 더 남는 장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자초에게 올인 하게 되는데 이때 조희(趙姬)라는 첩(妾)을 데리고 있었다.

자초를 감시하는 공손건 에게 뇌물(賂物)을 주고 자초와 교류하며 지내는데 혈기(血氣) 왕성(旺盛)한 시기의 자초는 여불위의 애첩(愛妾)을 보고 반하여 자기에게 양보하라고 하니 여불위는 화가 치밀었지만 이미 자기 재산을 투자하려 했으니 진기한 재물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마침내 허락했다. 이미 조희는 자기 자식을 임신(姙娠)한 상태였다. 그 후 만삭(滿朔)이 되어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정(政)이라 하였다.

이 무렵 진(秦)나라에서 조나라를 공격하자 조나라에서는 인질로 와있는 자초를 죽이려 하였으나 여불위는 금 600근으로 지키는 관리들을 매수하고 탈출하여 본국으로 귀환(歸還) 하였다. 그 후 진나라 효문왕(孝文王) 이 죽고 태자 자초가 왕이 되니 그가 정의 아버지 장양왕(莊襄王) 이다. 장양왕은 여불위를 승상(丞相)으로 삼고 문신후(文信侯) 에 봉(封)했으며 하남지방에 10만호를 식읍(食邑)으로 하사(下賜)했다. 장양왕이 즉위한지 3년 만에 죽자 태자 정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곧 그 유명한 진시황(秦始皇)이다.

정은 여불위를 존중하여 상국(相國)으로 삼고 중부(仲父)라고 불렀다. 그러나 여불위는 지기가 생부(生父)임을 밝히지 못한다. 이 무렵 위(魏)나라에는 「신릉군」 초(楚)나라에는 「춘신군」 조(趙)나라에는 「평원군」 제(齊)나라에는 「맹상군」이 있었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명망도 있고 빈객(賓客) 모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불위는 가장 강한 나라에서 그렇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여 선비들을 정성껏 대접하고 불러 모으자 순식간에 3,000명에 이르렀다.

이때 제후들 나라에는 변사가 많았는데 한비자(韓非子)와 나중의 진나라의 재상이 될 이사(李斯)의 스승 순자(荀子)는 글을 지어 천하에 성악설(性惡說)이라는 학설을 퍼뜨렸다. 이에 여불위도 자기 식객들에게 각각 보고 들은 것을 쓰게 하여 「팔람(八覽) 육론(六論) 십이기(十二紀)」 등 이십여 만언(萬言)을 모아 이것이야말로 천지 만물 고금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 ≪여씨춘추(呂氏春秋)≫ 라고 불렀다.

이책을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의 저자거리 문 앞에 펼쳐놓고 한글자라도 넣거나 뺄 수 있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노라고 하였다. 물론 내용을 자랑하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당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여불위 앞에서 누가 달려들어 첨삭(添削)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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