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유토피아》란 이상향(理想鄕) 즉,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을 갖출 수 있는 완전무결한 사회를 말한다. 문학적으로는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다. 1515년 무렵 영국의 토머스 모어(Thomas More:1478~1535)가 쓴 공상 사회소설이며, 공산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및 교육과 종교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가상의 이상국을 그린 작품으로 유럽 사상사에서 독자적으로 한 축을 형성하였다.

모어는 1478년 법률가인 존 모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2세 때부터 당시 대주교이자 상서경인 존 모턴경의 시동(侍童:귀인 밑에서 심부름하는 아이)이 되다. 모턴은 “이 아이는 나중에 반드시 위대한 인물로서 진가를 발휘 할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었다. 2년 후 모턴경의 추천으로 14살의 어린나이에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며 당시 유럽사회에 일어나고 있던 르네상스의 기운을 접했다.

이후 모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옥스퍼드를 중퇴하고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평생 친구가 되는 에라스무스와 여러 명의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 인문학 전 분야에 지식을 확장 시킨다. 그러나 모어는 법률가가 되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제(司祭:가톨릭의 주교와 신부)에 대한 소명을 시험해보려고 4년 동안 링컨 법학원 부설 수도회에서 수도사들의 생활을 몸소 체험했다.

그러나 결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불충분한 사제가 되기보다는 충실한 남편이 되려고 결혼을 선택한다. 법학원 졸업 후 변호사가 된 모어는 27세 때 하원 의원에 당선되는데 당시 수장이던 헨리7세의 세금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공직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법학과 철학에 연구하고 과학 및 문학 사상에도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된다. 1515년 38세 때부터 공상 소설 ‘유토피아’를 집필한다.

모어가 보는 현실, 당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의 빈민층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당시 영국의 주식(主食)은 감자였는데 산업 혁명이 일어나자 감자밭이 양을 키우는 목초지로 조성된다. 소작농들은 감자밭은 빼앗기고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양이 사람을 죽이 네, 양이 사람을 잡아먹네’ 하는 말이 유행 하게 된다. 이 책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양이 뿔로 사람을 죽이거나 양이 육식동물로 변신해서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양은 초식 동물로 순한 짐승이다. 그런데 방적기(紡績機)가 발명되면서 면직물을 생산하려면 양모가 대량으로 필요했다. 그러자 지주들이 밭에 감자를 심는 것 보다 목초지를 조성하여 양을 키워 고급 양모를 생산하게 되면 몇 배의 수익을 낼 수가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익 창출이 먼저이므로 너도나도 모든 전답에 양을 키우는 것이 대세여서 소작농들은 자기 먹을 식량을 얻지 못하고 굶어죽을 형편에 처했다.

그래서 감자를 훔쳐서라도 연명해야하므로 도둑이 극성을 부린다. 사회가 이렇게 악순환 되어가는 추세 속에 할 수 없이 정부에서는 감자를 도둑질한 자 교수형에 처한다는 강력한 법을 만들어 선포한다. 그래도 소작농들의 도둑은 멈추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유랑생활을 하며 도둑질을 하는데, 걸리면 교수형을 당하고 다행히 걸리지 않으면 살아남아 계속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모어는 이런 상황을 보고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했던 것이다. 영국은 당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따라 일어난 것이 소위 인클로저 운동이다. 양모생산으로 인한 수입이 많아지면서 수익이 창출되자 대지주는 말할 것도 없고 소지주들 까지도 울타리를 막아 자기 땅을 표시하고 양을 키웠던 것이다. 자본주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류층의 탐욕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산업의 중심축이 바뀌고 빠른 속도로 농업 분야가 쇠퇴하기 시작한다. 할 일을 잃은 소작농들은 양을 키우는 데는 별로 필요 없으므로 거지나 방랑자는 더욱 늘어난다. 당시 영국에서는 이들을 게으르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 그래서 모어는 이런 비참한 서민들을 보며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가운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갈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서 이상사회인 《유토피아》를 생각하게 된다.

모어가 이 소설뿐만 아니라 귀족 평민 부랑자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일을 한다면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식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놀고먹는 귀족들의 가솔들을 제한하고,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토피아》는 16세기에 세상을 보는 눈으로는 진취적이고, 지금까지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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