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인상을 남긴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제목들이 브랜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 작품들이 안겨줬던 감동이 브랜드를 향한 신뢰감으로 환언되길 바라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전혀 무관한 동일화 시도인지를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영화나 소설을 읽었던 감흥을 반추하며 남다른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다. 괜찮은 마케팅 전략임은 분명하다.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간 머리 앤’ 은 그런 측면에서 전형적으로 자주 애용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빨간 머리 미장원, 빨간머리 문방구, 빨간머리 학습지, 뷰티 마켓 빨간머리 등등 우리들 주변에서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빨간머리에 빼빼 마르고 주근깨 투성이 소년 앤의 성장기를 다룬 빨간머리 앤은 작가 몽고메리를 일약 세계적 동화작가로 떠오르게 만든 명작이다. 입양 고아라는 쓸쓸한 처지의 불우한 소녀였지만 늘 따뜻한 감성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앤의 캐릭터를 많은 이들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에 테스타로싸(Testa Rossa)라는 고급 까페를 차리고 정관계는 물론이요 대기업 인사들까지 수시로 만났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져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씨 모녀가 소유하고 있는 독일 현지 호텔에도 똑같은 이름에 똑같은 로고의 까페가 있다 하니 테스타로싸라는 이름에 어지간히 집착한 셈이다.

테스타로싸는 이태리어로 빨간머리를 뜻한다. 빨간머리 앤 이미지를 활용한 또 하나의 브랜드 마케팅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왠지 최순실씨가 운영하는 까페 이름이 빨간머리라 하니 친근감이 들기 보다는 낯설고 생경스럽다. 빨간머리 고아 소녀 앤과 최씨 모녀의 행적이 전혀 상반된 극점에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차라리 고급 룸 까페에서 종종 사용하는 ‘상류사회’와 같은 이름이 더 어울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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