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정부 수매와 농협 종합미곡처리장(RPC) 수매에 내지 못한 나락 전량을 매입키로 했다. 벼 재배 농민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전국 최초로 농민들이 처분하지 못하는 쌀을 매입키로 한 영광군의 조치를 환영한다. 그리고 통 큰 결정을 내린 영광군과 그에 동의해준 영광군 의회에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아직 어느 지자체에서도 농가 보유 쌀 전량을 매입, 농민의 시름을 덜어주지 못했다. 전례가 없으면 작은 것 하나도 시작하지 않으려는 것이 행정 관청의 관례다. 잘못했다가는 감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자칫 징계 등의 처벌을 받아 공직에 흠이 되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광군의 이번 조치는 가히 파격적이다. 농민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과감한 발상이다.

영광군이 전국 어느 지자체도 감히(?) 생각조차 못한 농가 보유곡 전량 매수 조치를 결정한 것은 우리 농정에 큰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웃 지자체와 나아가 정부의 농정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고 본다. 아니 정부가 영광군처럼 과감하고 공격적적인 정책을 검토, 시행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벼 재배 농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쌀값 안정이다. 30년 전 가격으로까지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보다 더 큰 바람은 전량수매다. 수입곡 때문에 공공 비축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정부 수매량이 생산량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 수매에 내지 못한 쌀은 정부 수매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라도 농협의 RPC를 통한 수매에 낸다. 그래도 남은 쌀은 개인이 알아서 보관해야 한다.

쌀은 가장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사실상 생산량은 자급하기에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쌀이 이처럼 천덕구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수출 때문에 불필요한 쌀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남아도는 쌀을 비축하는데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 국가적 필요성 때문에 벼 재배 농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벼 재배 농민의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식인 쌀의 자급율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에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농민들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언젠가는 식량 수입에 드는 비용이 수출 이익을 초과할 수도 있다. 정부가 정확한 전망과 우리 농촌의 실정을 감안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벼 재배 농민을 위한 정책도 주요하지만 국가의 미래 전략 차원의 접근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광군의 과감한 공격적 농업 정책을 정부가 주목해주길 바란다. 수도권 물류센터 등 영광 쌀 판매 촉진을 위한 영광군의 다양한 시책에 거듭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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