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연 한 가지씩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세상과의 부딪힘과 사람들과의 다툼이 없을 수 있으랴. 인간은 그런 삶속에서 성장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는 골목 끝에 위치하고 있는 낡고 허름한 양옥집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을 찾으려 전화를 했더니 대뜸 화를 냈다. “젊은 양반이 길도 못 찾는다”며 언성을 높인다.

낡고 허름한 양옥집은 추웠다. 방바닥은 손발이 시릴 정도로 차다. 시인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는 듯 “참 젊은 양반이 왔다”며 ‘꽃미남’이라며 위트를 날렸다.

은태안 시인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30년간 살았다고 한다.

-영광에 머물게 된 사연이 있는가?

“2014년 당시 저는 사업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 못하지만 농림부와 전라남도와 업무협약을 하고 영광군에서 시작 했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업실패로 가족들은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고 결국 저는 교도소를 가게 됐다. 동생은 제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수습하다가 못 이기고 자살을 선택했다. 제수씨에게서 동생의 죽음을 듣고 그 충격으로 교도소 안에서 쓰러져 이틀 동안 방치돼 이렇게 불구가 되어 영광에 머물고 있다. 내 교도소 수발을 하던 제수씨는 제가 뇌출혈로 교도소에서 석방된 이틀 뒤 사고로 죽기까지 했습니다. 참 원망스럽습니다.”

-작품활동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

“어릴적 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제 인생이 글과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재활치료를 받을 때도 글을 써왔기에 8년 정도 된 듯하다. 경기도에서 개인사업을 하면서도 글을 써왔다.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언제나 시집을 낼 준비는 되어있다.”

-생계와 시 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안을 것 같다. 시인의 생활이 궁금하다.

“나라에서 조금씩 도와주고 있다. 내 인생에서 시를 빼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본인이 쓴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는가?

“고목이라는 시에 애착을 느끼고 있다. 고목은 나의 인생을 회상하며 쓴 시다. 그 시를 보고 있으면 꼭 나를 보고 있는 듯하다. 고목은 천년 동안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나도 그 고목과 같이 비바람과 모진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밤에도 뜨는 태양’이란 시집이 있는데….

“저의 두 번째 시집인데 사연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밤에 어떻게 태양이 뜨냐고 물어온다. 저 때문에 자살한 동생 ‘태영’을 생각하며 엮은 시집이다. 동생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어떤 한 맺힌 맹세가 있었기에

수백년의 침묵을 삼키며

세월만 지키고 사는가.

나는

영원한 기다림에 세월을 망각한 채

버릴 수 없는 꿈을 고이 간직 했기에

폭풍의 쓰라린 세월만 지키고 사는가.

사랑도

슬픔도

먼 훗날 한 조각 뜬 구름 같은 것.

고목은 그 섭리를 알기에

고독과 고통을 잉태한 채

오늘도

홀로 굳굳하게 서 있나보다.

<은태안-고목>

-앞으로의 계획은?

“시·산문·수필에 관심이 있거나 뜻이 서로 맞는 글쟁이들과 함께 문학 선배들의 발자국을 찾고, 그 흔적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은태안 시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 한 권의 책으로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인생이란! 풀잎 끝에 맺혀 있는 이슬과 같은 것. 시인은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인 것을 한평생 살아오면서 너무나도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고 한다.

시인은 2014년7월7일 오전 12시 죽었다가 7월9일 오후 2시 다시 살아났다. 천당과 지옥을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말하지 말라는 시인. 시인은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이 세상에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참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그리하여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4년 동안 생활하면서 틈틈이 창작했으며 지인이나 후손에게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자신이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게 4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 한 여인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교도소 옥바라지, 병원생활 뒷바라지, 사회생활 까지 도와줬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시인은 죽을 때까지 은공을 갚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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