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가까이에 있으면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 때문에 질투·시기 등 열등감을 느끼는, 말하자면 2인자의 콤플렉스를 말한다. 저 사람이 생존해있는 한 항상 나는 2인자를 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동양에서도 역사적으로 보면 2인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서양에서 학술적으로 체계화해서 나왔으므로 살리에리 증후군이라고 했다. 만약 동양에서 먼저 나왔다면 2인자 열등감이라고나 할까.

모차르트는 음악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진출했을 때 살리에리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궁중 음악가이자 교육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들은 라이벌이면서도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고, 함께 〈오펠리아의 회복된 건강을 위하여〉 라는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죽고 살리에리가 그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러시아 작가 푸쉬킨(Pushkin)이 쓴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로 이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1984년 개봉한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에서도 살리에리는 천재음악가이자 친구인 모차르트에게 극심한 열등감을 느낀다. 그 상황에서 그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모차르트를 독살하기에 이른다. 이런 내용으로 영화는 히트를 치면서 ‘살리에리 증후군’은 질투를 느끼는 2인자의 고통을 의미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일본 심리학자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남녀 19명에게 각각 시나리오를 주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했다. 시나리오의 등장인물은 주인공 외 3명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잘 아는 대학 동창생으로 설정 했다. 시나리오의 내용에서 세 명의 동창생들이 성공할 때 주인공(피험자)의 불안과 고통이 커졌고 세 명의 동창생들이 실패하거나 불행에 빠질 때 주인공의 쾌감이 높아지는 것을 자기공명 영상장치로 측정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기쁨을 얻는 심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중국에서도 전국시대 말기 말이 어눌해 글로 《한비자》라는 책을 쓴 한비(韓非)와 최초로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 시절에 재상을 지낸 이사(李斯)와의 관계에서도 ‘살리에리 콤플렉스’를 볼 수 있다.

한비와 이사는 제나라 직하학파가 성하던 당시 최고의 학자 순자(荀子)에게서 법가사상을 이수한 최고의 수제자이며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이 무렵 어떤 사람이 한비의 책을 진나라에 퍼뜨렸다. 독서를 좋아했던 진왕은 한비의 책에서 ‘고분’과 ‘오두’ 두 편의 문장을 보고 “아! 과인이 이 책을 쓴 사람과 만나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라고 말했다. 재상이던 이사가 말했다. “이것은 한비라는 사람이 지은 책입니다.”

진왕은 한비를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나라를 치라고 명령했고 약소국 한나라는 진왕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한비를 즉시 사신으로 보냈다. 진나라에 간 한비는 진왕으로 부터 환대는 받았으나 등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언제 등용될지도 모르고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한비는 잘난 탓에 옛 친구였던 이사와 진나라에 벼슬아치 요고(妖賈)의 질투 대상이 되어 한비를 해치려고 헐뜯기 시작했다.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지금 왕께서 천하를 통일하려 하시는데, 결국 한비는 한(韓)나라를 위해 일하지 진(秦)나라를 위해 결코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니 지금 그를 등용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죽여서 뒤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 진나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왕은 그 말이 옳다고 여기고 옥리에게 넘기며 어정쩡하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한다. 기회를 잡은 약삭빠른 이사는 독약을 관리에게 보내 자결하도록 했다. 한비는 독약을 알아채고 왕의 면담 요청을 했으나 왕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 약을 먹고 죽게 된다. 죽은 줄도 모른 진왕은 한비의 학식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한비를 살리려고 했으나 이미 죽은 뒤였다.

진왕은 뒤늦게 한비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이러한 질투심리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고 하는데 독일어로 ‘고통과 기쁨’을 의미하는 합성하는 단어로 말하자면 질투를 말한다. 즉 상대의 고통이 나에게 기쁨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불교 용어로 ‘무디타(Mudita)라는 말이 있는데 상대가 어떤 일이 잘되고 행복한 것을 보면 기쁨을 느끼며 나도 행복해지는 것을 말한다. 샤덴프로이데의 반대되는 말이다.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상대가 잘되면 나도 행복해지는 무디타가 발동하면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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