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부른다. 고준위 핵폐기물이라 불리는 사용 후 핵연료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데 단기적인 임시 저장소에만 그것들을 보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폐기물은 무려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솔직히 당대의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안간 힘을 써 100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임시 저장소를 만든다 해도 1,000번을 반복해서 만들어야 소멸기간인 10만년을 겨우 채울 수 있다.

유럽 각국이 핵 발전을 포기하게 된 근본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발밑의 위험 보다는 영구미제의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반핵운동의 역사는 사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핵페기물 문제가 핵 산업의 가장 심각한 병폐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 영원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핵 발전 위주의 전력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 참상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다. 정부는 전력생산을 핵발전에 의존하는 산업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폭탄 대물림과 다를 바 없다. 아무런 대책 없이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후대에 넘기는 무책임하고도 부도덕한 소치다.

영광 한빛원전 내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갖추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마땅한 비상구가 없어서인지 핵폐기물 관련 정부정책은 물러섬이 없어 지역민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그리고 원전 있는 곳에 핵 폐기장 짓는다는 게 정부 정책의 맥락이다. 기왕에 버린 몸 한 번 더 버린 들 별 문제 있겠냐는 억지 같아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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