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선거는 그 자체로 역사다. 역사적 분기점이다. 그래서 늘 새롭다. 기대도 크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물론 당선자들이 안긴 실망이다. 순진한 유권자들은 늘 후보자들의 말을 믿는다. “잘 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능력 있다” “새로운 세상” “새 역사” “밝은 미래” 등. 그들 말대로 라면 새롭고 평화로우며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된다. 그들이 만든단다. 입에 발린 말인 줄 알면서도 순진한 유권자들은 그 말에 기대를 건다. 그리고 찍는다.

대부분의 당선자들은 실망을 안긴다. 당선과 동시에 갑과 을은 바뀐다. 갑이었던 유권자는 을이 된다. 만나 달라, 표를 달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사람은 오간데 없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였던 사람은 당선과 동시에 사라진다. 권력자로서 저 멀리에 있을 뿐이다. 그래도 선거라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 이라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그래서 늘 실망하면서도 달콤한 말에 또 귀를 기울인다. 또 투표장으로 간다.

그래도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인 것은 분명하다. 늘 ‘을’이던 민초가 ‘갑’이 되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는 나라의 미래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책임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싸움으로 세월만 보낸 국회”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의 학습효과다. 협상으로 최선을 끌어내라는 기대가 아니다. 모든 책임을 민주당에 안긴 것이다.

민주당이 코로나19 이후의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한다. 여당은 늘 “야당에 발목 잡혀 일을 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 했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변명을 할 수 없는 구도다. 국민은 민주당에 나라의 미래를 맡겼다. 국정의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묻겠다는 것이다. 절묘한 ‘외통수’다. 민주당이 총선 압승을 마냥 좋아할 수만 없는 이유다. 승리의 기쁨보다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2년 후 치러질 대선으로 화두가 옮겨간다. 이낙연(NY)이 그 중심에 있다. 종로 당선으로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여론조사는 압도적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미니 대선’이라는 종로에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 압승 했다. 야당 유력 주자를 KO 시켰다. NY에 거는 호남의 기대는 크다.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험하다.

남은 2년간 민주당 정권이 낙제점만 받지 않는다면 정권재창출은 무난할 것이다. 대선 가도에 들어선 NY의 앞길은 그러나 만만치 않다. 당선보다 후보 되기가 더 어렵다. 당내 입지가 만만치 않다. 당내 계보가 없다. 현재는 이개호 의원이 유일하다. 총선을 통해 상당한 의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두보는 마련됐다. 당내 절대 세력인 노무현·문재인 계보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강력한 ‘임팩트’를 보이며 달리는 이재명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은 군더더기가 없다. 흙수저로 살아온 인생사 자체가 서민 대중들에게 꿈을 안긴다. 사이다 같은 시원한 스타일도 매력적이다. 특히 그의 말들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인생이 고달픈 대중들의 속내를 잘 안다,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다. 코로나19로 강력한 리더십을 증명 했다. 이런저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NY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는 이유다.

NY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넘어 상황을 끌어가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무난한 것으로 통하던 시간은 지났다. 뛰어난 말솜씨만으로는 용이 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줘야 한다. ‘용’의 가장 소중한 덕목은 그러나 ‘인간다움’이다. 배려하는 모습이다.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한다면 금상첨화다. NY의 시간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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