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개월여 우리의 일상은 많이도 변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지요. 처음 중국 우한에서 날아온 소식은 그저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집어삼켰습니다. 극장에도, 술집에도, 교회에도, 학교 까지도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공포로 변했습니다. 일상만 변한 것이 아니라 얼굴 자체도 변했습니다. 본래의 얼굴은 사라지고 마스크가 얼굴이 됐습니다.

코로나19가 기왕의 세상 모습과 질서를 모두 바꿔버렸습니다. 세계를 코로나19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교회도, 극장도, 교실도, 운동장도, 기업도 모두 코로나19가 장악해버렸습니다. 인류 전체가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치·사회·문화 전반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세월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일제 침탈, 전쟁, 독재, 가난과 싸워 이겼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평을 받습니다. 코로나19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강해졌습니다. 코로나19의 역설입니다. 코로나19는 또 지구의 공기를 맑게 했습니다. 미세먼지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안 보이던 히말라야 정상도 보이고, 뿌옇던 에펠탑도 선명하게 보인답니다. 공장은 멈춰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대신 맑은 공기를 얻은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잃는 것도 많지만 얻는 것도 있다고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며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는 요즘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프로 축구와 야구의 개막입니다. 국내·외 축구와 야구는 지금쯤 우리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매일 그것에 대한 배고픔을 스포츠 채널의 지나간 경기만 보고 또 보며 달래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투구에, 기아의 승리에, 손흥민의 골에, 박인비를 비롯한 골프 선수들의 샷에 환호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지난 세월 우리는 조국 대한민국을 얕보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선진국의 그것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1996년도 발언은 국민적 공감을 샀습니다. 4반세기가 지난 오늘,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본 이 회장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평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많이 상향 조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세기를 맞는 대한민국의 화두는 ‘변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강국으로 변화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다시 코로나19 이전(Before Corona)에서 코로나19 이후(After Corona)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세계 ‘최우수’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변화’를 끌어가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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