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적은 지자체들은 저마다 인구늘리기에 열중이다. 인구수는 당장 교부금 등 예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는 지자체의 붕괴를 막는 최상의 방책이기도 하다. 영광군도 다르지 않다. 인구수 늘리기의 주요 시책은 귀농·귀촌인 유도와 직장이 영광인 사람들이나 학생들의 주민등록 이전이다. 일단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많지는 않으나 격려금도 지급한다. 주민등록 이전은 정말 형식적 인구 증가다. 하지만 귀농·귀촌인은 일단 영광에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귀농·귀촌인들에게 적잖은 지원을 하는 이유다.

귀농·귀촌인들에게는 정착을 위해 억대의 자금도 지원하고 영농기술 등 삶에 필요한 교육도 한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그들을 영원한 영광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가 묻고 싶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직장이나 학교를 졸업하면 떠난다. 잠재적, 형식적 인구다. 귀농·귀촌인들도 대부분 그 뿌리가 영광은 아니다. 중년 이후의 세대다. 또한 대부분 자녀들은 대동하지 않은 세대들이다.

귀농·귀촌인들이 언제까지 영광사람으로 살아갈지는 불투명하다. 일단은 환영하고 영원히 영광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무작정 지원하고 보호하기 보다는 영광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원주민들과 화합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이라는 의식이 없으면 자칫 원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어느 지역이나 등기부상 지적과 실제 소유지는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지적재조사를 하고 있으나 전국토의 지적을 맞춰내기에는 요원하다. 특히 농어촌은 측량을 할 경우 거의 동네 모든 집들은 지적과 맞지 않다. 바로잡으려면 거의 예외 없이 이웃집의 일부는 내 땅에 지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내 집은 이웃집 지번에 지어져 있다. 이같은 실정이라 서로 양해하고 살아간다. 사고 팔 때도 양해를 하고 사고판다. 일종의 관습법이다.

이런 실정에서 귀농·귀촌인들이 측량을 통해 자기 집 경계를 확실히 하고자 한다면 온 동네 집들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당연히 갈등이 유발되고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평화로운 동네가 온통 전쟁터로 변하는 결과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귀농·귀촌인들이 들어와 측량을 하려고 하면 차라리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동네도 있다고 한다.

귀농·귀촌인 스스로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오순도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농 기술 익히기에도 벅찬 마당에 측량 분쟁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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