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울증(憂鬱症)이란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우울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여성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생물학적이나 유전적 차이나, 성 역할의 부담 등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했다. 실제로 학습된 무력감이나 행동 보다는 사색에 잠기는 반추, 날씬한 몸매 등을 동경하는 현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셀리그먼은 그 중에서도 학습된 무력감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 그는 “소년들의 행동은 부모나 선생님들에 의해 칭찬이나 비판을 받지만 대부분 여자 아이들은 무시된 채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소년들은 자립심과 행동을, 소녀들은 수동성과 의타심을 더 많이 교육 받는다. 여성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하찮게 보는 문화적 환경 속에 내 던져진다.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성과에 대한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다. 이런 것 들을 극복하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원하는 위치로 승진한다고 해도 여성들에게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비춰질 때가 다반사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우울증을 불러 오게 된다”고 말했다.

학습된 무력감은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스티브 마이어(Steve Maier)가 24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우울증 실험을 하면서 발견된 증상이다. 셀리그먼은 24마리의 개를 A, B, C상자 안에 각각 나눠 넣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기 충격을 주었다. A상자에는 개가 코를 이용해 레버를 건드리면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도록 했고, B상자는 레버를 끈으로 묶어 개가 어떤 방법으로도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없도록 했고, C상자에는 아무런 전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24시간 뒤 다시 개들이 장애물만 넘으면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자에 개들을 재배치 했다. 실험을 진행한 후 결과를 확인해 보니 상자 A, C에 있던 개들은 장애물을 넘어 전기 충격을 피했으나 B상자에 있던 개는 장애물은 넘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전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즉, 상자 B에 있었던 개들은 어떤 시도를 해도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무력감을 이미 학습한 것이다.

이렇게 학습된 무력감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는 미국의 인지 치료자 아론 벡(Aaron Beck)도 주장했다. 셀리그먼은 이 실험을 통해 사람이든 동물이든 통제 불능의 사건을 접했을 때 8명중 5명은 무력해지고 2~3명은 무력하게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10분의 1은 처음부터 무력 했으므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결코 무력해지지 않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런 부류에 궁금증을 갖고 셀리그먼은, 그들은 그런 사건은 일시적으로 통제 가능하며 국소적이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기 때문에 ‘학습된 낙관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셀리그먼은 인간은 앞에 닥친 난관을 뚫고 무력감은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이어 낙관주의도 학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셀리그먼은 학습된 무력감과 설명양식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명 양식이란 왜 이러저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습관적인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학습된 무기력을 크게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낙관적인 설명양식은 무기력을 없애고 비관적인 설명 양식은 오히려 무기력을 부추긴다.’ 삶속에서 실패나 좌절을 맛보았을 때 과연 얼마나 무기력에 빠져 들지, 아니면 다시 원점에서 재기 할지는 자기가 어떤 설명 양식을 선택하는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여기서 평소의 마음가짐이 가장중요한데 설명양식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점수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고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며 수학을 못한다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것도 일종의 학습된 무력감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나의 할 일을 다 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이란 말이 있다. 타인의 성공이 나의 실패를 의미할 정도로 지나치게 경쟁적인 상황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겨도 저도 모두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 만족감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오직 승리했을 때만 찾아오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한 결 같이 이 시대 학생들은 무력감에 시달리는 학생이 많다고 걱정한다. 즉 아무것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지레 겁을 먹는다.

사람들은 얼굴이 각각 다르듯이 특성도 모두 다르다. 물론 타인보다 잘하며 좋아하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잘하는 것을 찾지 못했을 따름이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더라도 ‘너는 이 부분 만큼은 탁월하다’고 칭찬을 하며 격려해줄 때 그 아이의 뇌는 곳 바로 반응해서 그 부분을 정말로 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기력 하다고 탓하기 보다는 격려가 훨씬 좋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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