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아편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유럽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규모가 큰 중국을 아시아의 대국 즉, 잠자는 사자와 같은 이미지로 알고 있던 나라였다. 그러나 1차 아편 전쟁을 겪으면서 아시아대륙의 맹주(盟主)에서 서구 열강의 호구(虎口)로 전락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베이징 조약이 그렇게 만들었고 이 조약 후부터는 서구 열강에 침탈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므로 아시아는 중국 중심의 질서 체계가 무너지고 아시아 전체가 서구 열강들의 침략 발판이 되기도 했다.

우리 조선만 보더라도 청에 조공 국이었지만 청의 정보전달도 엉망이고 또한 믿을만한 정보도 되지 못했다. 그만큼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당시 조선은 청국의 관영에서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받았고, 그러니 정확한 정보일 리가 만무했다. 본격적으로 수도 북경이 함락된 제2차 아편전쟁은 당시 우리 조선에도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단순히 서양 오랑케 들의 분탕질로 인해 북쪽으로 황제가 잠시 피신한 것으로 전해져 우리와의 관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그대로 조공도 바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서구 열강들이 자국보다 발전되고 스스로 후진국임을 알아차리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서양의 법과 규칙을 배우자는 ‘양무운동(洋務運動)’이 일어난다. 이런 변화는 일부 선각자들 사이에서는 간절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운동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특히 농촌 미개한 지역에서는 남의일 같이 받아들였다.

사실상 이때 중앙 정부에서 더 골칫거리는 전쟁 패배보다도 유민을 비롯한 ‘태평천국의 난’이었다. 실제 직접 관련 없는 사람은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전쟁에서 지기는 했지만 이때 서양 무기나 신기술을 받아들였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청일전쟁에서 만큼은 쓰라린 패배가 없었을 것이다. 이 패배 후에 일본과 청이 서양을 대하는 방식자체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중국도 서구의 조선 기술이나 군사 기술 등 몇 가지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본은 거의 비슷한 시대에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신기술 외에도 근대식 교육 과정을 받아들인 것이 중국과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이것이 30여년 후 일어난 청일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우리 조선은 아직도 세도정치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다만 아편에 중독된 중국인들 사이에서 당시 명약으로 알려져 있던 조선의 홍삼(紅蔘)으로 톡톡히 이득을 챙겼다. 이때는 조선에서도 16세기 이후부터 조선인삼을 가공하여 홍삼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풍부했고 인삼 재배가 성(盛)하던 시절이라 돈이 될 만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세도정치의 폐해와 무역 개방으로 얼마 안가 약화되고 말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2차 아편전쟁의 승리로 거의 중국을 뜯어 먹고 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이른바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기 때문이었다.

러시아도 영불과 중국 간에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짭짤하게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이리저리 중국만 호구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아편을 방치한 상태라 중독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영국과의 아편 무역은 줄어드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자국의 재배가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1,2차 아편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은 마약 범죄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아편을 비롯한 마약은 단순히 사회를 좀먹는 약물일 뿐만 아니라, 외세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고 부당한 마약 사용을 사실상 억지로 강요당한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 것이다.

이때를 거울삼아 이후로는 중국에서 마약에 관해서는 의도적이든 실수건 간에 마약을 투약만 해도 5~10년형은 기본이며, 제조나 유통에 가담하면 기본적의로 종신형이나 사형을 옵션으로 준다. 중국 내에서 마약에 관련해서는 외국인도 예외일수 없다. 2014년에 실제로 한국인이 마약 사범으로 체포되어 사형당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있었다. 1차 아편 전쟁 때 정면 돌파를 꿈꾸었던 임칙서는 중국을 마약에서 건지려는 것 말고도 청백리(淸白吏)로 칭찬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일부 중국에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임칙서를 내친 것이 큰 실수였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는 문무를 겸비하고 청렴결백한 관리로 오직 나라를 위해 일했건만 일시적으로 영국을 달래기 위해 백의종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임칙서를 계속 흠차대신으로 그냥 놔두었더라면 전쟁에 설령 패배 하더라도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아편 전쟁은 역사에 묻히고 요즘은 1997년 반환 되에 중국의 주권 회복 운동으로 홍콩(香港) 자치구가 설치되었는데 민주화 운동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아편전쟁의 잔재인 홍콩의 앞날이 궁금하다. 끝. 다음은 독립군의 항일 전쟁입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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