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법성포초교 교사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동안 나의 학급일지에 항상 적혀 있는 말은 ‘happygolucky’이다. 9월 첫 발령을 받아 함께하게 된 학급은 내가 3번째 담임교사였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조차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학급의 새내기 교사다. 모든 것이 새로워 생활에 적응하느라 반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뭐 꼭 집어보라면 자기 아이만을 위해 학교나 교사를 고민 하나 없이 대하는 학부모. 학부모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몰라 남모르게 눈물을 흘린 경험 정도? 정신없이 올려 보낸 그 아이가 지금은 농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직업농구선수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긴 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거듭하다가 만기를 채우고 난 뒤 그 당시 한 학년에 4반까지 있지만 학년부장이 업무부장을 겸하던 학교에 정보부장 겸 5학년부장으로 전입하게 되었다. 초임지에서 1정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그 당시 어떤 학교에도 존재하지 않아 새로 만들어진 정보부장으로 임명받은 것이다.

정보업무를 맡은 지 4년에 접어들던 해 2월 교장선생님께서 조용히 부르셔서 정보계의 신지식인이 우리 학교에 오게 된다는 말을 남기셨다.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처음으로 부장교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은 첫 3월! 분명히 바쁘고 정신없는 한 달인데 너무 여유로움이 넘쳐 오히려 얼떨떨했다.

하지만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금방 적응하고 행복한 생활이 연이어졌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관심을 조금씩 덜어 업무에 쏟기도 했었는데 처음으로 오롯이 아이들과의 생활만을 고민하는 한 해가 되었다. 물론 3월 주변 교사들에게서 이럴 수는 없다고 항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은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정보부장 선생님이 학교 적응을 힘들어 하셔서 다음해 전근을 가시고 공석이 된 정보부장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딱 1년 난 환경에 순응하고 업무가 적어진 한 해를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냈다. 정이 많고 품에 잘 안기며 잘 웃는 아이들과 어리지만 고생이 많다고 무조건 지지해주던 동료교사들 덕에 난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생활이 나에게 행운까지 가지고 온 것이다. happygolucky 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낀 해였다.

그 뒤로도 서너 곳의 학교를 만기를 채워가며 근무를 하는 동안 무슨 행운인지 한 학교에서 꼭 한 해씩은 부장교사를 하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업무적으로 좋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행복하지만 업무가 좀 적어져 오롯이 반 아이들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이런 행복이 언젠가는 행운으로 돌아온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나를 지켜주는 말이다. 가끔 업무에 치어 지칠 때, 가끔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을 때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happygolucky! 분명 그 힘듦 사이에 행복이 끼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을 찾아 느끼다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기에….

교직생활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행복하기에 행운이 함께하는 생활을 위해서 다시 한 번 “HappyGoLucky!”

오수진 법성포초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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