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영광지역 남·여 학생들. 종로 2가 탑골공원 앞길.       <사진 해룡고 김준희>

12일. 마음이 괜히 바빴다. 걱정 반 설렘 반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까지 가야 할 텐데. 사고가 없어야 할 텐데로. 관광철과 맞물려 버스 구하기가 힘들었다. 군내 각 면별로 출발한 버스들은 9시쯤 군산 휴게소에서 만나 합류했다. 영광군에서 광화문 집회 참석한 인원은 500여 명이다.

농민회 주축 의 버스 12대, 비정규직 노조 4대, 민주당 1대 등이다. 점심은 버스 단위로 해결키로 했다. 법성팀은 군산 휴게소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떡과 과일을 챙겨주고 20만 원을 쥐어주며 격려했다. 백수지역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나는 마침 백수 팀 버스로 옮겨 타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서울에 가까이 갈수록 차가 막혔다. 유난히 버스가 많아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휴게소마다 장사진이다. 안성 못 미쳐서부터는 상당히 심해졌다. 서울에 먼저 도착한 타지역 팀과 문자로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오후 2시 서울역 부근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태평로에 2시 30분 도착했다.

4시까지 농민대회를 마쳤다. 그사이 민중들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그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분노하고 성난 민심을 보았다. 광화문은 이미 만원이었다. 충남 당진의 농민회에서 준비한 상여만 광화문 깊숙이 들어갔다. 영광읍 노병남 씨(53)는 소리꾼으로 상여와 함께 했다.

혼자 먼저 상경한 환경운동가 황대권 범대위 공동의장(61·대마면)을 만났다. “와! 이렇게 농민들이 많이 왔는데 오늘 인파는 더 말할 나위 없겠다”고 했다. 오후 6시30분엔 온 길이 인파로 가득했다. 나도 모르게 “혁명이지, 혁명”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엄청난 인파에 놀라고 정연한 질서에 더욱 놀랐다. 이렇게 성숙한 의식을 가진 국민이 어떻게 이렇게 무지몽매한 대통령을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광화문 일대는 아이도, 학생도, 엄마·아빠도 모두 함께한 민주주의 축제장이었다. 시위 현장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시위를 하지 않았다. 혁명의 현장이었다. 혁명에 동참하고 있었다. 무장 혁명이 아닌, 평화적 시민 혁명이었다. 조금만 폭력적 언행이 나오면 서로서로 말렸다. 눈물이 났다.

오는 19일 토요일엔 시·군별로 동시다발 촛불대회를 갖는다. 그래도 박 대통령이 버티면 25·26일 1박2일 예정으로 사활을 건 청와대 진격투쟁과 민중총궐기 집회가 계획돼 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길 간절히 기도한다. <영광군 농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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