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맹자≫공손추(公孫丑)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요즘 국정농단(國政壟斷) 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여 농단이란 말의 출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원문(原文)은 용단(龍斷)으로 나오지만 농단으로 해석 한다. 글자 그대로하면 높직한 언덕의 낭떠러지를 말한다. 다시 말해 앞뒤 좌우를 모두 살필 수 있는 지형 위치에서 그날 시장 종합 상황을 살핀 후 물가동향을 예측하고 나서 물건이 부족할만한 것을 모조리 사들여 폭리를 취하는데서 생긴 말이다.

법적으로는 하자(瑕疵)가없고 오히려 정보(情報)에 밝아 좋은 일 이라 볼 수 있으나 당시에는 혼자서만 많은 이익을 취한다 해서 곱지 못한 시선으로 보았다. 원문을 소개하면 맹자가 제나라의 객경(客卿)의 자리를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제(齊) 선왕(宣王)이 가서 맹자를 만나 하는 말이 “예전부터 선생을 뵙기를 늘 바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다가 선생을 모셔 함께 조정에 있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제 과인을 버리고 돌아가신다니,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을런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감히 그렇게 해달라고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정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나중에 제나라 신하인 시자(時子)에게 말했다. “나는 한나라의 수도에다 맹자의 집을 마련해주고 만종(萬鍾:일종(一鍾)이 六石四斗 즉 만종은 객경의 일년 분 녹봉이다. 요즘으로 치면 일년 연봉)의 녹을 지급해 제자들을 기르게 하며 여러 대부(大夫)와 나라사람들이 모두 맹자를 존경하고 본받게 하려고 한다. 그대는 어찌 나를 위해 맹자에게 그 말을 해주지 않았는가?”

시자는 진자(陳子)을 통해 맹자에게 알리게 했고 진자는 시자의 말을 그대로 맹자에게 알렸다. 맹자가 말했다. “그런가? 시자 같은 자가 어떻게 그것이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가령 내가 부유해지기를 원했다면 십만종 의 녹을 사양(辭讓)하고서 만종의 녹을 받는 것이 부유해지기를 원하는 것이겠는가. 계손(季孫)이 이런 말을 했다. 자숙의(子叔疑) 는 정말 이상 하구나 자신이 맡아 행하려고 했다가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만두어야 하는데도 ,또 자기 제자들을 경(卿)이 되게 하는구나. 사람이 누군들 부귀해지기를 원하지 않겠는가마는 유난히 부귀가운데서 높은곳을(壟斷) 혼자 차지하려는 자가 있다.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하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와서 자기에게 없는 물건으로 맞바꾸는 것이었고 시장을 감시하는 관리는 그것을 감독할 뿐이었다. 그런데 한 천(賤)한 사내가 있어서 반드시 사방이 보이는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서는 좌우를 둘러보고서 시장의 이익을 그물질하듯 모두 거두어 가버리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매우 천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에 대해 세금을 징수(徵收)하였다. 현재의 눈으로 보면 아주 소박한 상행위이다.

그러나 강직(剛直)했던 맹자가 이 이야기를 하게 된 본래의 의도는, 「농단」즉 이익을 독점하는 행위가 정정당당한 일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귀를 독점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밝히려고 한 것뿐이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에는 몇 개의 기업이 정부의 보호아래 내수(內需) 시장을 농단 했으나, 현재는 여러 기업도 생기고 또한 다국적 기업들도 들어와 무한경쟁(無限競爭)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국정을 농단한 사태가 일어나 모든 국민들의 분노(忿怒)를 사고 있다.

이경일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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