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로 번역되는 영어 캔들(candle)의 어원은 ‘candere'라는 라틴어 낱말이다. 빛이 어른거린다는 것을 뜻한다. 그 빛이 환하게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둡지도 않으니 촛불의 속성을 잘 드러낸 듯싶다.

기원 전 3,000년 무렵부터 이집트, 크리티 사람들이 밀랍으로 초를 만들어 쓴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도 이미 고조선 때부터 초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날엔 민간에서 흔히 구할 수 없었고 사대부 등 상류계급에서만 사용하는 귀물이었기에 초를 꽂는 촛대는 공예품의 면모를 갖추고 있기도 했다. 조명기구로서의 용도뿐만 아니라 제례나 의례의 경건미를 더하는 장식 요소로도 사용됐다.

오늘날에도 생일·결혼식·종교행사 등에서 촛불을 밝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촛불은 ‘간절한 염원’이라는 함의를 지닌다. 이 때문에 바스통 가슐라르는 ‘촛불은 혼자 타면서 혼자 꿈꾸는 인간 본래의 모습’이라고 존재론적 해석을 하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 100만 촛불이 타올랐다. 역대 최대의 인파가 몰린 촛불집회였다 하니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정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촛불집회는 1960년대 미국의 반전운동 과정에서 나타났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촛불 민주주의’라는 표현으로 발전 된데서 알 수 있듯이, 시민사회의 집단의사를 결집하고 표출하는 정치운동으로 확장되었다.

시인 김 귀례는 촛불을 이렇게 노래했다.

“…나의 삶은 눈물을 흘리는 데 있다. 너희의 무릎을 꿇리는 데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뜨겁게 타오른 그 촛불의 눈물이 국민주권을 능멸하고 국정을 농단한 그 일당들의 무릎을 과연 꿇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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