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지인이 물었습니다. "영광에 왜 아파트가 이리 많아요? 올 때마다 새로운 아파트 가 들어서는 것 같아요." 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올 때마다 새로운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이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농촌에 사는 분들이 영광읍에 집을 한 채 더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논밭 가까운 곳에 있는 본래의 집은 농기계 보관소로 쓴다고 합니다. 읍내 아파트에 살면서 농촌으로 출퇴근하는 것이지요.

이런 추세라면 농촌은 갈수록 빈집이 늘어나겠지요. 농사를 이어받을 자식이 없을 경우 농촌에 있는 집은 결국 빈집이 될 테니까요. 언젠가 행정구역이 영광읍인 농촌에 간 적이 있습니다. 마을이 제법 크고 집도 적지 않았습니다. 헌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들은 번듯하고 마을 안 도로도 예쁘게 구민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집마다 들여다보며 친구 집을 찾아가는데 딱 한 집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었습니다.

차들이 분주히 다니는 도로에서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상당히 크고 깨끗한 마을, 번잡한 도로에서 걸어서 불과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니! 상상도 못한 그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 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까지 그 썰렁한 마을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자식들은 자라면서 하나 둘씩 객지로 떠났겠지요. 어른들도 해마다 떠나셨을 것이고….

영광도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구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자리와 인구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영광군은 인구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일자리정책실을 신설했습니다. 그만큼 인구 문제 해결에 쏟는 행정력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겠지요. 영광군은 ‘신생아 출생 도내 1등’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영광’, 출산 장려금 지급 등 인구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해마다 인구는 줄어들고만 있습니다. 인구 늘리기 정책은 결국 인구 감소세 둔화 정책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면 인구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출산 장려금 지급,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인위적 정책의 효과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영광을 다른 어느 곳보다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나가는 정책 개발에 무게를 두었으면 합니다.

최근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청년 사업가들이 광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침이면 영광으로, 오후엔 광주로 가는 영광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왜 광주로 이사를 했을까요? 제가 알기로 자녀 학교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어떤 이유로든 영광에서 산다는 것이 불편해서 일 것입니다. 돈은 영광에서 벌고 살기는 광주에서 살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어떤 모습의 영광이 살고 싶은 영광, 이사 오고 싶은 영광일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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