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안마도

능선에 올라섰을 때, 모든 게 멈췄다. 자질구레한 욕심, 허망한 꿈들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촉촉한 질감의 행복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데 운명처럼 다가와 따스하게 안아 주는 바람, 은빛으로 살아 펄떡이는 수면의 햇살, 담백한 초원의 한없이 부드러운 흘러내림, 바다 끝에서 만난 완벽한 경치였다.

한 박자 느린 전율이 큰 파도가 되어 온 몸으로 번지고, ‘이곳을 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흘러 지치고 막막할 때 다시 찾게 될 것을 마음은 알고 있었다. 해 지는 수평선 끝에 있는 섬. 안마도는 외딴섬이다.

석만도·소석만도·죽도·횡도·오도 거느려

안마도의 면적은 4,327㎢이며, 주변에 석만도, 소석만도, 죽도, 횡도, 오도를 거느리고 있어 안마군도라 불린다. 안개에 휩싸인 안마군도는 평온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화려한 경치는 없지만 드문드문 나타났다 사라지는 풍경들, 이 섬에 들면 ‘세상만사 관여치 말고 그냥 흘러가도록 두라’고 얘기하는 것만 같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으로서 섬의 가치를 높이고 중요성을 기념하기 위하여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하고, 2019년 8월 8일 목포 삼학도 일원에서 제1회 섬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 영광군도 낙월도·송이도·안마도를 소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휴가철 섬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행사다.

서해의 황금어장 칠산바다에 떠있는 안마도(鞍馬島)는 섬의 형태가 말에 안장을 얹은 채 투구를 벗어놓고 쉬는 장군의 형상과 같다 하여 안마도로 불리었다고 하며, 조선 초기에는 말 목장을 설치하여 말 33필을 방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안마군도 고릴라바위

행자부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33’ 추천

또한 행정자치부가 ‘2017휴가철에 찾아가고 싶은 섬33’중 한 곳으로 추천한 섬이다. 해마다 행정자치부는 여름휴가철 힐링 여행을 위해 놀섬, 미지의 섬, 맛섬, 쉴섬, 가기 힘든 섬을 나누어 발표한다. 안마도는 가기 힘든 섬으로 일상에서 멀리 멀리 벗어나고 싶을 때 가보라고 권하고 있다. 계마항에서 뱃길로 43.3㎞의 거리에 있으며 2시간 20분 정도 가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부 기초기선으로 안보와 영토적인 측면, 수산자원 등 국가전략상 매우 중요한 섬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모험심을 자극하는 섬이기도 하다.

영광군의 섬 중에서 가장 큰 안마도는 전라남도의 섬 중에서 가장 북쪽, 서해의 끝에서 영해를 지키고 있다. 먼 바다에 위치해 수심이 깊고 맑고 깨끗하다. 또한 어종이 풍부해 해안 어디서나 돔·농어·숭어 등이 잘 잡힌다. 특히 방파제 주변에서 낚시가 잘된다. 꽃게·병어·새우·해삼 등의 어획량도 많다. 제3종 어항으로 지정되어 국내외 선박 피항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부기초기선으로 안보와 영토적인 측면, 수산자원 등 국가전략상 매우 중요한 섬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모험심을 자극하는 섬이다.

▲안마도 당산나무

웅장한 기암괴석이 장관인 안마도

말코바위·흔들바위·토끼바위·손오공바위 등 장엄한 기암괴석들이 많다. 각양각색의 바위와 동굴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병풍처럼 바다위에 늘어 선 써쿠리 바위, 봉우리 사이로 해가 비치면 용이 마치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 보이는 용바위, 간조 때만 문이 열리는 용궁굴, 아기를 낳게 해준다는 옥동자굴 등이다. 여기에 다양한 희귀식물들과 60여종의 새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안마도는 건산(145m), 뒷산(177m), 성산봉(167m)이 둘러싸고 있다. 섬 안쪽으로 가면 경사가 완만한 논이 나온다.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마을길을 걷다보면 포근한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마다 입구에 팽나무와 느티나무, 곰솔림,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풍경이 아름답다.

▲안마군도

안마도는 오래 전부터 서해안 어업 전진기지로 어업 의존도가 높아 당제·뱃고사·용왕제 등 다양한 해양문화유산이 풍부한 섬이다. 면적이 넓고 높은 산으로 둘러져 있으며 안쪽으로는 논농사도 지을 만큼 넓은 평지와 초지가 펼쳐져 아늑한 분위기이다. 칠산바다에서 조기가 잡히던 시절에는 일 년 내내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불야성을 이뤄 불등이라는 마을이 생기기도 했다. 조기가 사라진 지금은 먼 뱃길 때문인지 그저 조용하고 한가롭기만 하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 이신은 안마도를 ‘별비가 내리는 섬’이라고 했다.

별비가 내리는 섬

수평선으로 밀감빛 해가 꺼진 후

파도가 해변에 졸음처럼 밀려든다

마을은 모깃불 연기에 묻히고

약주 드신 봉구 아빠는 휘청휘청,

싸리울타리 너머에선 해피가 자욱하게 웃고 있다

 

지치도록 딱지와 구슬을 따온 저녁이다

손톱 밑이 검은 친구들이 투덜투절

토끼 등 같은 지붕 아래로 잦아들었고

우리집 토방 아래엔 옆구리 찍어진

고무신 형제도 제멋대로 누워 신났다

 

사람과 마을, 섬과 바다가 마실가서

해가 되고 별이 되는 밤

병풍처럼 둘러선 곰몰,등몰, 신기,선창

월촌, 다섯 마을에 구슬 같은 별이 떨어진다

멍석에 누워있는 내 얼굴에 별들이 쏟아진다

 

열한 살, 내 동화의 여름밤에

소나기, 소나기

뼛속까지 적시는 별비가 내린다

초원에서 사슴과 염소가 뛰노는 비경

안마도는 걷는 길도, 등산로도 아직 없다. 트래킹을 하고 싶다면 선착장을 중심으로 윗길과 아랫길이 있다. 임도를 따라 걷는 아랫길(선착장-말코바위전망대-문끝전망대-선착장) 8km 코스와 죽도를 다녀오는 8km 윗길 코스가 있다. 윗길은 월촌리 마을을 지나 초록 잔디위에 있는 소를 만날 수 있는 신기리, 죽도로 연결된 방파제가 있다.

아랫길은 안마도로 들어 올때 만났던 빨강 등대를 볼 수 있고 그곳에서는 말코바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능선 종주도 가능하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산길이 아니기에 개척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덤불이나 수풀이 높은 곳은 적어 어렵지 않다. 막봉과 뒷산은 숲이 짙어 경치가 열린 곳이 적다.

▲안마도 말코바위

신흥봉에서 죽도로 이어진 능선이 경치가 빼어나다. 죽도는 안마도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으나 산길이 없다. 방파제를 건너 해안가를 따라 조금 가면 우측 능선으로 올라붙는 희미한 발자국 흔적이 있다. 여길 올라서면 작은 능선에 닿고, 주능선 숲길은 덤불이 있어 우측 초원으로 우회해서 치고 오르는 것이 수월하다. 주능선에 오르면 초원 비경이 펼쳐진다. 사슴과 염소가 방목되어 있으나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죽도는 주능선에 오르기까지가 가파르다. 등대 방파제에서 돌아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다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해안을 만난다. 안마항에서 아래쪽 영외리에 위치한 산 넘어 해수욕장은 조류(潮流)와 해류(海流)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사빈해안으로 청정한 바닷물과 고운 모래를 즐길 수 있다. 안마도의 트레킹 길은 매우 단순해 길 잃을 걱정이 없어 마음이 느긋해 진다. 한쪽으로는 다양한 야생화들과 눈을 맞추고 다른 한쪽으로는 파란 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 길은 다른 섬에서는 보지 못한 고운 연분홍 길이다.

▲안마항 전경

노거수가 반겨주는 섬 마을풍경

안마도는 건산(145m), 뒷산(177m), 성산봉(167m) 등 산지들로 둘러싸여 있고 섬 안쪽으로 가면 경사가 완만한 논이 나온다.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마을길을 걷다보면 포근한 농촌 풍경이 펼쳐져 섬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된다. 마을마다 입구에 300~400년 된 팽나무와 느티나무, 50년생의 곰솔림, 10m 높이의 후박나무가 제 각각 군락을 이루고 있어 아름답다. 특히 월촌경로당 앞에 있는 아름드리 팽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듯 듬직하게 서있어 인상적이다. 과거에는 매년 정월 초하루에 노거수(老巨樹) 앞에서 당산제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은 커다란 나무 아래 공용 벤치가 여러 개 놓여있다. 느긋하게 걷다가 잠시 쉬어갔던 이곳은 안마도에서 느낀 따스한 풍경 중 하나다.

▲안마도 둘레길

철마를 모시는 안마도의 지명유래

안마도라는 지명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이곳으로 귀양 왔던 이사과라는 사람이 섬의 모양이 말의 안장과 닮았다 하여 안마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유래로는 말에 안장을 얹은 채 투구를 벗어 놓고 쉬는 장군의 형상과 같다하여 안마도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지명 유래에 관한 전설도 있다. 동촌에 살던 신씨 할머니 꿈에 중국인 장군이 나타나 자신의 유품을 건져 산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달라고 했는데 정말로 월촌리 당너머에 황해로 표류해 온 관(棺)이 있어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묻어주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관 안에는 돈과 철마가 있었는데 이후 안마도는 철마를 당신(堂神)으로 모시게 되었고 관 표면에 안장을 한 말의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고 해서 안마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안마도 지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모두 말과 연관이 있는 이유는 안마도에 조선시대에 국영목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안마도 목장에 33필의 말을 방목한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왕조실록에는 임금이 안마도의 양마(良馬)를 골라오도록 하고 안마도에서 말을 치기 편한가의 여부를 살펴 아뢰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안마군도 손오공바위

연안에 ‘관광 체험형 바다숲’ 조성

영광군은 낙월면 안마도 연안에 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해역 특성에 맞는 해조류 이식으로 ‘관광체험형 바다숲’을 조성한다. 해조류가 부착하기 좋게 특수하게 제작된 소형 암반에 전복·해삼 등 저서성 어패류가 좋아하는 다시마·모자반·곰피 등 해초를 이식해 해양생태계 자연 보전과 더불어 스킨스쿠버 포인트로 체험관광과 해양생물의 산란 보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복·해삼 등 어업인 소득과 직결되는 어패류를 섬 주변에서 상시관리 채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양환경 개선은 물론 수산자원 증강을 통한 실질적인 어가 소득 향상이 될 수 있도록 연안 생태계 회복과 효율적 자원조성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안마도

※ 안마도 운항정보

운항노선 : 계마항⇔석만도 경유 안마도(43.3㎞)

소요시간 : 2시간 20분

운항횟수 : 1일 1회

운항시간 : 조석에 따라 출항시간이 07:30~15:00까지 달라지므로 안마도 여행을 계획할 때는 반드시 전화로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편도요금 : 16,000원(일반인)

문의 : 061)283-9915 (주)해광운수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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