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 안마당 정원수에 차려진 성탄 트리 아래로 무너진 '농자천하지대본'이 비닐에 덮여 쌓여있다. 농민들의 깊은 시름 위에도 성탄의 따뜻한 은총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산업화로 경제대국이 됐다는 데 삶이 고달프다는 신음 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남북은 동강나고 동서는 갈라졌습니다. 부자는 서민을 무시하고 서민은 부자를 비난합니다.

나라가 위기 상황이라는 경보가 울린 지 오랩니다.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가계부채 증가를 가장 우려하고 있지요. 나라 밖 사정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은 핵전쟁 위협을 그치지 않습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 중 어느 하나도 ‘우리 편’ 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 영광도 나라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월과 함께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 우는 소리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이 일흔 전에는 노인당 근처에도 못 갑니다.

지방자치 한다고 갈라진 이웃과 친구, 선‧후배는 ‘소 닭 보듯’ 살아갑니다. ‘이웃사촌’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오직 내 앞만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웃의 어려운 삶엔 관심이 없습니다. 상공업 위주의 국가 정책이 못마땅해 이마가 펴질 날이 없습니다. 농어민들의 항의는 연중행사가 됐지요.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이런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 수는 없습니다. 삶이 행복한 영광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내 집에 불이 나면 소방차 보다 이웃의 작은 도움이 더욱 절실합니다.

이웃이 춥고 배고픈데 나만 등 따숩고 배부르다고 행복할까요? 선거 때 같은 ‘편’이 아니었다고 원수 보듯 살아갈 까닭이 있을까요? 이런 사회는 경제적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삶의 질은 좋아질 수 없습니다. 행복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오직 문화만이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합니다.

정치인은 많은데 정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 또한 선진국 문턱에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갑질’은 체질화 됐습니다. 우리의 문화 수준입니다. 오직 문화 창달만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 믿습니다.

영광군민신문은 약속드립니다.

1. 문화를 최고의 가치로 아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문화를 이데올로기로 승화 시켜 문화주의를 선언합니다. 문화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최선의 길을 찾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거기에서 군민이 행복한 길을 찾겠습니다.

2. 영광, 영광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타향살이 하는 향우들의 소식도 소중한 뉴스로 다루겠습니다.

3. 영광군민신문의 주인은 군민 여러분입니다.

군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문은 역사의 기록입니다. 역사는 왜곡돼서는 안 됩니다. 영광군민신문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써 내리겠습니다.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징비록(懲毖錄)의 역할을 자임하며 드리는 약속입니다.

‘문화주의’를 사시(社是)로 태어난 영광군민신문은 군민을 주인으로 모실 것을 거듭 다짐합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위원장 조 일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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