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세계적인 기술로 만들었지만 자국의 표준만을 고집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 게이오 대학의 교수이면서 휴대전화 인터넷 망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가 만든 용어다. 찰스 다윈에 진화론의 탄생지인 갈라파고스의 이름을 부처 처음 사용하였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일본에서 소니를 비롯한 파나소닉등 IT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0년도를 기점으로 점점 다른 외국기업에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계적인 표준을 염두 해 두지 않고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내수에는 성공했으나 외국으로 수출을 하지 못하는 한계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케시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 진입을 못하는 고립된 섬을 비유하여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명명하였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에콰도르 서쪽에 위치한 군도로 육지와는 대략 1000km정도 떨어진 섬이다. 크고 작은 19개의 화산섬으로 주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섬이다. 갈라파고스는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데, 당시 거기서 발견된 이상하게 생긴 거북의 등딱지가 마치 안장처럼 생겨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면적은 7880평방km로 대략 우리나라 전라북도 면적 크기이지만 인구는 2만 5천 여 명밖에 살지 않는다. 이 섬은 육지와 거의 왕래가 없어 자체에서만 진화하여 고유종이 많다. 1535년 에스파냐의 토마스 베블랑카가 발견하였는데, 태고의 신비가 깃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중 하나다.

그 후 찰스 다윈이 1835년 9월 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갈라파고스 제도 에서는 지금도 1964년부터 다윈을 기념하여 ‘찰스 다윈 연구소’를 설립하고 야생 동물 보호 조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무엇 보다고 ‘고립’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20세기말 일본의 IT산업이 이렇게 외지와 단절된 갈라파고스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일본 총무성의 2007년 일본의 무선전화 시장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당시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인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의 몰락을 설명하면서 제기한 말이다. 일본기업들이 만든 휴대전화가 국내시장의 취향을 충족시키다보니 갈라파고스에서 다윈이 발견한 육지와 교류를 못해 진화를 하지 못한 거북이의 생태와 유사하다고 했던 것이다.

일본 통신 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모바일인터넷, 모바일TV, 등을 상용화 하였으며 휴대전화 기술은 1999년 이메일, 2000년 카메라 휴대전화, 2001년 제3세대 네트워크, 2002년 음악 파일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재, 2005년 디지털 TV등 매년 앞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일본 내에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9년 들어 미국의 2배 수준인 1억 명에 이를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소비가 되었지만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지 못한 일본은 국제 표준 규격을 너무나 소홀히 취급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삼성을 비롯한 미국의 스마트 폰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때문에 일본이 국제 규격을 무시한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미국에 스마트 폰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선진을 추구하는 학자들이 비꼬는 투로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Galapagos)의 합성어인 잘라파고스(Jalapagos)라는 비아냥거리는 말투까지 등장했다. 미국이 일본보다도 더 큰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도 늘 세계를 지향해 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자면, 일본이 국내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단지 내수 시장에 만족해서가 아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3분의 2가 해외 근무를 기피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바로 이 독특한 내부 지향성과 더불어 정보쇄국(情報鎖國)이라는 악명을 얻을 정도로 견고한 일본 특유의 폐쇄적 문화가 결정적 이유로 보는 학자가 지배적이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일본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국제 표준을 경시하고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걷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해당 된다. 현대에 들어 와서는 글로벌이란 말이 일반적인 언어다. 무엇이든지 세계화 되지 않고는 수출입이 막힐 수밖에 없다. 우리 북쪽에 위치한 북한도 ‘갈라파고스의 신드롬’에 비유하곤 한다. 북한도 외부와 단절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은 정치적 단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북한도 멀리 가기 위해서는 갈라파고스를 넘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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