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정부도, 지자체도 코로나19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모든 것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여름에 겨울을, 겨울에 여름을 준비하는 것이 지혜다. 미래를 향해 가는 발걸음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라는 변명은 무능을 자백하는 말과 동의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농어촌 지자체들의 가장 심각하고 급박한 과제는 인구문제다. 지방지치단체의 소멸 경고도 잇달고 있다. 지자체마다 인구·일자리 정책을 군정의 중심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청년, 일자리, 귀농귀촌, 출산과 육아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기업을 방문, 주민등록 이전을 부탁하기 까지 한다.

이 같은 백화점식 인구정책 예산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 효과적인 정책도 있을 터이나 대부분이 ‘혜택’이란 점은 안타깝다. ‘사탕 물리기’ 정책으로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탕’ 때문에 이사 오는 사람이 있으면 ‘사탕’을 찾아 떠나갈 원주민도 있을 수 있다.

인구정책의 모순이다. 이들 정책에는 적잖은 예산이 투입된다. “이처럼 열심히 하고 있다”는 홍보성 정책도 있다. 심하게는 ‘선거용’으로 비치기도 한다. 안타깝다. 유감이다.

인구 문제는 첫째, 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둘째는 와서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출산 장려금을 준다고 낳지 않아야 할 아이를 낳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회의적이다. 안전하게 키울 수 있고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여건 조성은 상당 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사탕 물리기’ 정책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멀리 보고 뛰어야 한다. 출산 장려금 보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길에서 뛰놀 수 있는 ‘차 없는 거리’ 조성이다. 엄마와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다. 학생들도, 성인들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거리가 된다. 사람들이 몰리는 거리가 된다. 인구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차 없는 거리‘가 있는 도시들은 모두 인구가 늘고 있다. 안전하니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장사도 잘 된다. 물론 상당 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드러난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훗날 그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들 모두는 “뒷모습이 아름다웠다”는 칭송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눈앞만 보고 종종걸음만 하는 것보다 멀리보고 크게 뛰자. 더 빨리, 확실하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다음은 교육여건 개선이다. 초등학교부터 새로운 학교를 지어야 한다. 교실 등 하드웨어에서 교육 방법 까지 혁신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협의해 북유럽 등 교육 선진지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교육을 이유로 광주 등 도시로 이사한 인구가 되돌아 올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사 오는 인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차 없는 거리’에서 자란 아이들이 교육 여건을 이유로 도시로 가야할 원인도 사전에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차 없는 거리’가 있고 교육여건이 개선된 도시에 문화예술을 입히는 것은 마지막 과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 여건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문화욕구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즐겁게 놀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까지 갖추면 인구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된다.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즐거운 비명이 가득한 지역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남이 가는 길로만 가면 지역 소멸은 현실이 된다. 우물쭈물하다 세월만 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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