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빛, 영광’ 특별 전시회가 나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영광에 관한 전시회를 왜 나주에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입니다. 곧바로 국보급 전시물을 전시할 전시관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뒤이어 전시물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모든 전시품들이 국보급이라는 점에 놀랐습니다. 금주에 꼭 가볼 계획입니다.

영광군은 ‘천년의 빛, 영광’을 지역 마케팅 ‘카피’로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군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생각하며 ‘영양가 없는 카피’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 전시물의 면면을 보고 ‘천년의 빛’을 간직한 고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내 고향 영광이 정말 천 년간의 빛나는 역사를 간직한 자랑스러운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빛나는 문화유산들이 영광의 발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전시품 가운데 ‘영광풍경’은 1915년의 영광읍 풍경입니다. 작가 안중식의 후원자인 영광 갑부 조희경·희양 형제가 초청해 체화정에서 그렸답니다. 현재는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라움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영광군이 사고 싶어도 팔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스토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식 집도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그 쪽은 그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광 역사의 단편이자 한 맺힌 우리나라 역사의 단편입니다.

사실 역사란 정복자들에 의해 기록되는 면이 많을 것입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은 당연히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적잖을 것으로 봅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독립한 세월이 75년이지만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 사학이라는 변조된 역사 교육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나라들의 역사는 미화되어 국민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씌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당파 싸움 하다가 망했다.’ ‘한국 사람은 단결할 줄 모른다’ ‘한국은 약소국으로 늘 강대국의 외침에 시달리다가 망했다’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역사를 미화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과는 반대입니다. 우리 반도국가가 된 것은 고려 시대 이후입니다. 중국과 중앙아시에 이르는 대륙에서 시작되는 역사 정립이 절실합니다. 한국 지배 정당화를 위한 일본의 식민사관을 털어내야 합니다.

이번 ‘천년의 빛, 영광’전이 영광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옛 마한의 유적이 있는 영광의 역사부터 바로잡아야겠지요. 마한의 역사는 천년이 아닙니다. 2천년으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천년의 빛’에서 ‘천년’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영광 교육 당국이 이같은 사실을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주었으면 합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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