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쌀 농사는 우리 농업의 근간이다. 농정의 가장 핵심적 분야임은 물론이다. 주식이 쌀인 만큼 안보와도 직결되는 생산품이다. 그런대도 농민들의 쌀값에 대한 불만과 불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정부에게는 국제적 규제를 핑계로 쌀값을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는 핑계가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주식으로서의 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투쟁을 계속 하고 있다.

올해는 비바람이 순조롭지 못했다. 풍년 농사와는 거리가 먼 날씨였다. 생산량 감소는 당연하다. 그런데 농민들과 농정 당국의 주장은 너무 차이가 크다. 농민들은 30% 감산을 주장하는 반면 통계청은 0.2%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차이가 많이 나도 너무 많이 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든 정부와 농민들 간의 사이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농정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생산량 통계가 어떻든 밥 한 공기 쌀값이 믹스 커피 한 개 값인 300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69원에 불과 하다고 하소연하는 농민들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같은 공방이 20여 년 이상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 이같은 공방을 끝내주기 바란다. 농정 당국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소모적 공방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쌀 수확이 끝나면 농민과 농정 당국은 농사보다 힘든 쌀값 공방을 벌이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상경하거나 쌀을 야적한다. 당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까지 동원하고 트랙터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모습은 마치 계절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장관은 적당히 임기 마치고, 대통령은 모르쇠 하다 임기 마치면 되는 것이 농정인가 묻고 싶다. 군수와 도지사, 정부가 조금씩 부담하며 농민들을 달래고 넘어가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역지사지라 했다.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주길 바란다. 수확을 끝낸 들녘에 풍년가가 울리지는 않더라도 한숨 소리가 나와서야 태평성대라 하겠는가. 태평성대가 못 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천하의 대본이라는 농민과 명색 주식인 쌀이 이처럼 푸대접 받는 현실은 결토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근보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농민과 정부가 한자리에 앉아 근본책을 마련할 위원회라도 만들 것을 촉구하는 바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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