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지난 9월 11일 여의도 국회앞 도로에는 5천여 명의 농민들이 ‘밥 한 공기 300원 쟁취’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당연한 주장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참으로 밥 한공기에 300원도 안하느냐며 반문하는 시민도 있었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농민들이 엉뚱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오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위의 왜곡’이 가져오는 현실이다. 그동안 정부는 쌀 목표가격 관련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내면서 가격산정 기준을 80kg 단위를 써왔다. 지난 5년간은 80kg들이 한 가마에 188,000원이 목표가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쌀 목표가격을 산정할 때와 시중쌀값에 대한 통계치를 보도할 때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묵직한 숫자의 가격대가 오르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농민단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쌀 목표가격 또한 80kg들이로 따져서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주장이다. 이를 주시하는 소비자층은 사실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정부가 쌀 수량 기준을 10kg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주로 찾는 10kg으로 바꾸면 소비자는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고 현재의 목표가격도 23,500원이 되기 때문에 정말 부담이 가벼워진다.

특히 농민단체의 끈질긴 24만원 주장도 3만원이라서 가벼워진 뉘앙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이를 100g인 밥 한공기로 환산하면 놀랍게도 300원이다. 그간 쌀값에 대한 왜곡은 너무도 심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정부미 방출 등으로 쌀값 하락을 부추겼고 해마다 현저하게 감소하는 소비량을 들어 양곡정책 자체를 몰인정하게 푸대접 해왔다. 밥 한공기 값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쌀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말하자면 농업경제의 근본이다.

또한 식량생산의 기반시설인 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호해서 공익적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인 온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 국회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에도 쌀 생산 경영비와 생태환경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반영, 목표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실물경제와 공익적 가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밥 한공기의 값은 제대로 따져봐야 옳다.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정부는 이를 행정적으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밥 한공기 값이 300원도 안 되는 줄 몰랐다는 일부 국민의 의아해 하는 모습에 정부 당국자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가슴아린 현실이다.

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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