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나라 근대사에 최악의 매국노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완용(李完用)을 말할 것이다. 중국에도 남송시절 충신 악비(岳飛)를 죽이고 나라를 팔아 먹의 최악의 간신(奸臣) 진회(秦檜)가 있었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으로 사람 이름에 회(檜)라는 글자를 기피하여 이름에 회자를 쓰지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국가를 망친 사람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회는 진만학의 아들로 현령을 지낸 관리집안에서 태어났다. 당시 명망 있는 왕백언(汪伯彦)의 제자로 착실하게 교육을 받았다.

휘종(1100~1125)시절 진사에 급제하여 밀주에서 주학교수로 근무했으며 화의파의 대표적 인물 이방언의 추천으로 본격적인 관료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남송(南宋)은 금(金)나라와 소용돌이 속에 전쟁이 잦은 시기였다. 그런 어지러운 정국에서 진회는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목소리가 어느 정도 통하자 수만은 우국지사들을 해치고 적에 투항하여 나라를 팔아먹는 일에까지 이른다.

진회는 권력자의 근거리에서 폭정을 부추기며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기에 이른다. 자기 한사람의 출세를 위한 일이라면 충신을 해치는 일은 물론이고 백성의 삶은 뒷전이며 나라를 파는 일도 누구보다도 앞장선 인물이다. 진회가 관료사회에 진입할 시기에 북방의 금나라는 막강한 기세로 요를 멸망시킨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시기였다. 그러므로 남쪽의 송나라를 압박하며 내일이라도 쳐들어올 기세로 넘보고 있었다. 금나라의 남하에 겁을 먹은 휘종은 아들 흠종에게 양위하고 진강으로 피신까지 하기에 이른다. 당시 기세를 본 흠종도 금나라를 두려워 하기는 휘종과 마찬가지였다. 금의 군대는 드디어 겁을 내던 송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금나라가 송의 수도 변경을 포위하자 싸워보지도 않고 겁을 먹은 송은 구걸하다시피 금에 화의를 요청한다. 화의 대가로 황금 500만 냥, 백은 5000만 냥, 소와 말 각각 1만 필, 비단 100만 필을 바치고 태원과 중산 하산에 이르는 군 요충지를 할양하고, 친왕과 재상을 인질로 보내는 치욕적인 화의를 맺는다. 당시 예부시랑으로 있던 진회는 토지를 떼어주자는 화의를 주도하는 인물 중의 한사람이므로 할지사(割地使)로 임명되어 금나라에 협상위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전파 영수 이강이 수도를 중심으로 일부 백성들을 이끌고 적극적인 전투에 준비했고 각지에서 원군의 지원도 있으므로 금나라도 어느 정도 압박을 감지하고 약간 북쪽으로 후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협상하기 위해 가던 진회는 목적지에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되돌아오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로 무능한 정부는 화의파와 주전파로 갈리어 논쟁만 벌이는 한심스러운 저급한 싸움만 일삼고 있었다. 그러던 약 6개월 후 금나라는 전열을 재정비하여 전보다 더 큰 규모로 송나라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단번에 수도 변경을 함락하고 휘종과 흠종을 비롯한 궁궐의 후비 친왕들을 모조리 포로로 데려갔다.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논쟁만 벌이다가 당연한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송나라를 세운 사람은 조광윤(趙匡胤) 이므로 조(趙)씨가 왕이었다. 그러나 수도를 함락한 금은 왕을 장방창(張邦昌)으로 세워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전쟁에 패하기는 했어도 장방창으로 왕을 세운다고 하자 큰 반발이 일어난다. 이때 진회의 부하이자 감찰어사인 마신(馬身)이 여러 관리들 앞에서 금에게 이 조치를 철회하고 조씨를 왕족으로 세워달라고 편지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진회는 어느 쪽이 좋을까 주위의 상황판세를 분석하기에 이른다. 조정 내외의 흐름과 정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민했다. 순전히 국가를 위한 판단이 아니고 자기 개인 영달을 위한 입장에서 꼼꼼히 살피고 철저하게 계산해본 결과 겉으로는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조정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뒤로는 금나라와 접촉하면서, 금나라의 관리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이중 플레이를 구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전형적인 간신들의 방법이었다. 그는 맨 먼저 몰래 금나라 관리에게 밀서를 한통 보낸다. 편지 내용은 나라가 시끄러우니 형식적으로 조씨를 왕으로 세우자는 주장을 펼치기는 하지만 나라를 위한 방책이 아니고 우선 무마하려는 속셈이며, 금의 입장을 반영한 주장에 불과했다. 조씨를 왕으로 세우지 않으면 천하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쳐 금나라에 불리하므로 금나라 입장에서 한 말에 불과했다. 무능한 흠종을 그대로 왕으로 놔둬도 금나라는 아무 때나 송나라를 유린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금은 진회의 밀서를 보고 그의 정신상태를 파악했으며 금에 유리한자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다음에 2부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