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수입하지 않고도 모든 것이 조달되는데도 그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자원이 빈약한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이른바‘자원의 저주’라고 말한다. 국가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농토도 넓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우리는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천연자원을 주면 거기에 따라 게을러지고 우리나라처럼 천연자원이 부족하면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풍요함을 누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원의 저주를 말한다면 제일 먼저 나우루 공화국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울릉도 3분의 1만한 인구 9000명의 아주 작은 나라다. 호주가 지배하다가 1965년 독립한 신생국으로 영국 연방의 준 회원국이다. 자치 독립하면서 인광석 으로 이루어진 이 섬나라는 벼락부자가 된다. 인광석은 새똥이 바닷물과 융화되면서 오래 쌓여 굳어져 만들어진 천연 비료다. 이 비료는 인삼염이 주원료이며 여러 나라에서 욕심내는 품질이 우수한 비료였다. 이런 인광석을 채취해서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나우루는 돈벼락을 맞은 정도였다.

60년대 중반 미국이나 일본이 국민소득 1만 달러로 선국이었으나 나우루는 2만 달러가 넘었으니 얼마나 부자인가. 당시 한 가구당 정부에서 한화 1억 원을 해마다 지원해주고 모든 세금은 일체 없으니 지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국민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여행을 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노동력은 대부분 값싼 중국인을 썼으며 의료는 호주의 최고급 병원을 이용했다.

공부가 하고 싶으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국가에서 모든 제반 비용을 지원해 주었다. 그러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은 한계가 있는 법, 1990년대 들어 점점 고갈되기 시작했다. 도로와 건물을 제외하고 모두 채굴을 하는 바람에 섬 자체의 고도가 낮아지고 이제는 더 채취할 인광석이 없었다. 나라의 금고도 바닥나고 외국인 노동자들만 일을 했으므로 나우루 사람들은 일을 할 줄 몰랐다. 돈이 떨어져 해외 노동자를 부를 수 없는데도 일을 하지 못해 나라 전체가 죽어가는 땅이 되어간다. 무분별한 채취로 해수면은 올라오고 나라가 위기에 몰렸다.

이때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면 살릴 수도 있을 텐데 먹고 노는 것이 몸에 밴 나우루 국민들은 옛날 환상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다. 국제 범죄자들의 도피자 은신처로 돈을 받고 제공해준다. 이렇게 검은 돈을 만지다가 2004년 9,11테러가 일어나자 미국의 경제제재조치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나라로 되고 만다. 전형적인 자원의 저주가 만들어낸 사례의 나라다.

자원의 저주하면 중동의 산유국들을 빼놓을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 들은 석유 매장량과 현재 생산이 세계 최고다. 이른바 에너지 부국이다. 사우디만 보더라도 GDP의 50%가 넘는다. 국가재정에 약 90%를 석유가 차지한다. 이 나라도 국민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우디를 경제 대국이나 선진국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언젠가는 고갈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장량이 많아 아직 까지는 잘 나오고 있다. 현재도 사우디 실업률은 10%을 넘고 있으며, 특히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젊은 30대의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제조업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탓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바람에 더 높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3D업종은 값싼 동남아시아 인력으로 대체한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산유국들이 겪고 있는 이른바 ‘자원의 저주’를 일컬어 ‘석유의 저주’라고도 한다.

서유럽의 네덜란드도 과거에 자원의 저주로 몸살을 앓은 나라다. 과도한 사회복지와 자식들에게 물려준 과도한 재산의 폐해가 오히려 저주가 되면서 ‘네덜란드 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었다. 1959년 거대한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가스시장이 커지고 수출경제가 위축되는 일이 벌어졌다. 달러의 대량유입이 경쟁력약화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업과 농업이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얼마 안가서 노사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자원의 저주를 탈피한 성공한 나라로 평가된다.

자원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저주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풍부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경제성장이 빨라지는 ‘자원의 축복’이 되는 나라들도 많다. 미국과 노르웨이가 대표적인 나라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만, 싱가포르 등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으면서도 성공을 거둔 대표적 나라들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인재와 근면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원의 저주를 상기시키는 속담이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라는 말인데,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학벌과 인맥 그리고 부의 대물림은 이어지고 있는 현실 앞에 서민들을 위로하기위한 말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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