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균 성지송학중학교 교감

이곳 성지송학중학교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처음 만난 아이들, 더구나 하루 종일 마스크로 가려진 100여 명의 얼굴, 누가 누군지 모르는 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름을 모르니 먼저 다가가기가 머쓱하고 또 다가가서도 아이의 기본적인 상황과 특성을 모르니 대화를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하루 일과 중 지나치는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물어보기도 쑥스러워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다녔다. 그런데….

운동장 주변에 떨어진 과자 봉지를 줍다 만난 00이, 급식실 뒷정리를 하다 만난 **이, 체육관 운동기구를 정리하다 만난 △△이, 택배상자를 옮기다 만난 ◇◇이. 불갑산 산행과정에서 만난 □□이 등 벌써 많은 아이들과 친해졌음을 느낀다.

만나는 모든 아이들은 우리 학교를 정말 좋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종일 밝은 표정으로 정말 새들처럼 재잘거리며 온 학교를 휘젓고 다닌다. (가끔은 큰 장터에 나온 느낌도 들 정도이다) 긴 겨울이 지나 늦봄이 다가도록 학교에 오지 못한 한풀이를 하듯이 말이다.

이 아이들에게 학교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하였기에 이토록 즐거운 표정을 짓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교사들이 지금 현재와 미래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양질의 컨텐츠가 있고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지식 전달자들의 결과물들이 우리 아이들의 지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이러다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하는 고민이 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나의 고민을 우리 학교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는 듯이 깨달음을 주고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알려주는 00이, 바닥에 묻은 음식물을 바로 치우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불편해 짐을 배우고 알려주는 **이 , 무거운 짐은 함께 들어야 수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 경사진 곳을 오르내릴 때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아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

무엇보다 함께 재잘재잘 해 주고, 때로는 함께 몸을 부딪치고, 울고 웃고 함께 해주는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하루하루 깨달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 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100여명의 아이들 모두가 머리만이 아닌 온 몸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기에 이 곳 성지송학중학교가 너무나도 즐거운 학교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사랑스러운 우리 말썽꾸러기(?)들이 또 어떤 깨달음을 줄 것인지 기대되는 하루하루이다.

하승균 성지송학중학교 교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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