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이 이론은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의 하나. 자신의 주장과 입장이 대세에 부합하면 자신 있게 의견을 표방하고 소수에 속할 때는 사회적 고립이나 부정적 평가에 염려하여 침묵하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감정적 동물이므로 주위 환경에서 고립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면서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므로 격리되지 않고 주위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인기를 잃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 인간이다.

그래서 여론을 주시하고 어떤 방향이 대세인지를 관찰하며 그 우세한 의견의 향방을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보고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이자 여론조사 기관 알렌스바흐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Elisabeth Noelle Neumann)에 의해 1971년 제기되어 1974년 심리이론으로 정립 되었다.

노엘레 노이만은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라고 마더 테레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른바 ‘왕따’ 당하지 않고 주류의 반열에 함께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 원리에서 한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에게서 무시당하는 사람은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것이다”고 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침묵의 나선 이론’은 윤리적인 문제나 공공의 문제에 관한 의견등 대부분 주관적인 생각에 많이 적용되는 경향이 많다. 명백하게 흑과 백을 구별할 수 있는 사실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의 여론 형성과정에서 지배적인 의견을 주로 반영하는 TV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력, 그리고 소수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나타내려는 의지가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노이만은 사람들이 여론의 분위기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보통 과학적이나 통상적으로 인간이 환경에 대해 느끼는 신체 기관을 말할 때 오감을 떠 올린다. 즉 시각·청각·미각·후각, 그리고 몸에 닿는 감각을 말한다.

그런데 노이만은 여기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감지하는 제6의 감각 기관, 이른바 ‘육감’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회적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안테나나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혹은 특정한 생각에 대해 가지는 호감이나 반감이 일어날 때 그것을 거의 동시에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도 이 육감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이만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와 같은 감각적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여러분의 생각과 상관없이 현재 분위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가? 둘째. 지금부터 1년 뒤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래 예측).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아나요? 또는 나는 점술가가 아니어서 예측을 못합니다. 라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이만이 보는 이렇게 침묵하는 이유를 준 통계적 감각 능력에 의한 것에서 출발하여 고립의 두려움과 동조성 타인의 판단 능력에 대한 의심 등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고립의 두려움은 침묵의 나선 효과를 가속시키는 원심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립을 피하기도 하지만 승자와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갈망 때문에 동조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다. 예컨대 중요한 선거가 끝나면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당선자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말해준다.

이런 행위는 뒤늦게 승자에게 편승하려는 시도나 반사된 영광을 취하려는 시도보다는 가치가 적재된 이슈로부터 벗어나 있으므로 받게 되는 사회적 오명을 피하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편승전략이 기회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더라도 반대 입장에 서는 것 보다는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이만은 일부 범죄자나, 도덕적 영웅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와 같은 사고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 이론에도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점으로는 거시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미시적 설명이 가능하며, 이론이 매우 역동적이다. 여론의 움직임, 특히 선거가 있을 때 여론의 동향을 잘 나타내준다. 뉴스 매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중요한 문제제기를 지적해준다. 단점으로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일반 사람들에 대해 회의적 관점을 가지며 침묵의 이유를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다. 침묵 효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구학적, 문화적 차이를 경시한다. 침묵 효과에 대항할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을 평가 절하한다.

이 이론은 의제설정 이론이나 ‘배양효과이론’ 보다 이론적 깊이는 약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아이디어는 훌륭하지만 방법론적 약점과 모호성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리고 이론도 보편적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노이만의 개인적이며 정치적인 경력에 대한 조작이라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하기도 한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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