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전한시대 광형(匡衡)은 동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학구열은 높았으나 집이 너무 가난하여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 공부가 하고 싶어 어린 나이에 날품팔이를 하며 학비를 충당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낮에는 품을 팔아야 했고 저녁에는 불이 없어 공부를 못했다. 마침 옆집이 부자여서 대낮 같이 불을 밝히고 있어 벽을 뚫어 그 불빛을 이용하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배워보겠다는 욕망은 광형으로 하여금 이웃집의 벽을 뚫게 했던 것이다. 그 뚫어진 구멍으로 비치는 불빛은 사실 다른 사람의 불빛을 훔친 불빛이다. 그래서 벽을 뚫고 빛을 훔쳐 공부를 했다고 해서 ‘착벽투광(鑿壁偸光)’고사가 생겨난 것이다.

나이가 이제는 품앗이할 정도가 되자 책이 많은 부잣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마침 근처에 문불식(文不識)이라는 부자가 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집에서 책을 빌려 보려고 했으나 공짜로는 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숫제 머슴으로 들어가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는 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주인은 농사지을만한 머슴이 있으니 필요 없었지만 광형의 간곡한 부탁에 승낙하였다.

문불식은 광형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칭찬하며 어느 정도 보수를 주면서도 특별히 책을 보도록 배려하였다. 젊은 광형의 욕구를 주인이 성실함에 감동되어 들어주었던 것이다. 광형은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서 몇 년 후에는 책을 스치기만 해도 외우는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가 된다. 그는 특히 《시경(詩經)》에 능통하여 시경에 나와 있는 시를 모두 외울 정도로 시에 밝았다. 당시 시를 한다는 학자들도 광형 앞에서는 감히 시에 대해 논하지 않았고 그가 시에 대해 말하거나 시를 지을 때는 보는 사람마다 감탄해 마지않았다.

선제(宣帝) 때 사책 갑과에 합격하여 태상장고에 제수되었고 평원문학에 올랐다. 원제(元帝) 때에는 낭중으로 승진하였으며 임금에게 글을 올려 시정(是正)을 논할 정도였다. 광훈과 어사대부를 역임하였으며 원제 건소(建昭) 3년 드디어 승상(丞相)이 되어 낙안후(樂安侯)에 봉해졌다.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잘 알려진 손강(孫康)과 차륜(車輪)은 광형 보다 약 400여년 뒤에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공부는 하고 싶으나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힘들게 공부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나라 무제 때 주매신(朱買臣)은 집이 가난하여 산에 가서 땔 나무를 해다 장에 가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래서 등에 짐을 지고 책을 일었다고 해서 ‘부신독서(負薪讀書)’라는 고사를 만들어 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통점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성공의 길에 더욱 가깝게 가는 것을 맞는 것 같다. 물론 방법과 내용이 시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먼저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접목시켜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공에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책을 읽는 것이 공부라고 하는데 안중근(安重根) 의사나 도산 안창호(安昌浩)선생의 말씀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고 했던 것을 되새겨 봐야한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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