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우리나라에서도 인생의 역전기회가 주어진다는 로또(Lotto)가 시작됐다. 로또 당첨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814만 5060분의 1로 거의 0에 가깝다. 우리들이 드문 경우를 보통 벼락에 비유하는데 매주 당첨자가 적게는 한명, 많게는 10여명이 나올 때도 있다. 복권을 사는 사람만이 당첨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복권에 당첨되면 정말로 인생 역전이 되어 여생을 행복하게 마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당첨되었던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모두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먼저 로또의 역사를 알아보자. 로또는 유럽에서 숫자가 적힌 카드 다섯 장을 바닥에 깔아놓고 주머니 안에서 숫자가 적힌 표를 꺼내어 맞춰보는 놀이의 일종이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행운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1503년 이탈리아에 금융의 중심을 이루던 피렌체에서 처음으로 번호 추첨식 복권을 발행하는 것이 로또복권의 출발이었다. 이때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복권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뒤이어 프랑스, 영국 그리고 1612년 미국에 도입되어 대중들이 인생의 역전을 노렸다. 우리나라는 약 400년 후에 도입됐다. 그렇게 시작한 로또가 과연 정말로 기대했던 것처럼 인생의 역전을 불러 왔는가? 세상일은 모든 것이 예 또는 아니오 라고 이분법으로 대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면 당첨돼 정말로 역전 같은 경제적 안정을 찾아 잘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당첨전보다 못한 생활을 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당첨으로 인해 폐인이 되거나 이혼, 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복권이 정말 인생의 역전을 이루어 줄 수 있는지 따져 보자. 결론은 당첨 후 어떻게 당첨금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대답 같지만 인간의 심리 원칙에서 보아도 확실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원리가 여기서 말하고자하는 이른바 ‘트레드밀 위의 행복’이라는 현상이다. 트레드밀은 각 가정에서 넓은 벨트를 모터로 돌리며 걷거나 뛰기 위해 설치해놓은 운동기구를 말한다. 누구든지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세상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해도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트레드밀 위에서 열심히 뛰어봤자 제자리인 것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벋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은 로또복권 당첨자들의 행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조사를 해보았다. 그는 아울러 비교하기 위해 생각지도 못한 아주 끔찍한 사고를 당해 후유증을 겪고 있는 피해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불행해 하는가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결과는 흥미롭게도 복권당첨자가 느끼는 흥분과 기쁨은 잠시 일뿐 당첨 후 약 3개월이 지나면 무미건조한 일상에 빠지며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것들이 당첨 전보다 못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고로 절망에 봉착했던 사람들도 억울해하거나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예상외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순간순간의 행복을 되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브릭먼을 이 실험을 진행하면서 외부 사건으로 인한 행복과 불행은 영원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우리가 운전을 하면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규정 속도를 초과하면서 운전할 때가 있다. 140~150Km로 속력을 높이면 높이는 순간은 빠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계속해서 진행하면 별로 빠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같은 원리인 것이다. 즉, 브릭만을 비롯한 모든 심리학자들은 행복이란 물리적인 가속도와 같아서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면 그 순간에만 그 기쁨이 느껴질 뿐 변화가 없이 생활이 지속되면 결코 그 행복이 길게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거나 회사에서 동료들보다 먼저 승진을 하거나 또한 사업을 하면서 원하는 중요한 계약에 성공했을 때도 사람들은 흥분과 쾌감을 맛보지만 이는 영속(永續)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소비중심사회라고 해도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경험을 반추(反芻)하며 현재 이웃들과 서로 소통하며 나누는데서 비롯된 행복감이 물질의 소유에서 비롯된 행복감보다 훨씬 더 낫다고 한다. 물질의 소유로 생긴 행복은 금방 익숙해져 버리고 더 큰 욕망만 부추기는데 반해 추억(追憶)은 오래되어도 애틋하며 점점 더 영롱해져 빛을 발한다고 한다.

정말로 인간에게 지속되는 행복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도전과 그에 따른 추억의 나눔과 반추에서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현재 함께 사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과 작은 추억거리 을 만들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작은 행복이지 않을까.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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