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오자서(伍子胥)는 월나라의 속마음을 알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월(越)나라의 위험성을 부차(夫差)에게 말했다. 월나라는 오나라 몸속에 고질병과 같은 존재이므로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더 위험한 부분은 월나라에 범려와 문종의 존재가 우리에게 입을 벌리고 있는 이리와도 같은 존재이므로 근심거리가 안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차도 지금까지 오나라에서는 기둥과도 같은 오자서의 간언이라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먼저 부차는 구천(句踐)의 항복을 면밀히 생각해 보았다.

이때 눈치가 빠르고 교활한 백비가 부차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과거 초나라 수도를 점령했을 때 오자서가 초나라를 멸망시키지 않은 것을 트집 잡았다. 오자서에게 자신은 원수를 갚고도 초나라 백성들에게는 너그럽다는 평을 듣기위해 멸망시키지 않고 오왕 부차는 월나라에 각박한 군주라는 평을 듣게 하려는 수작(酬酌)이라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공박하고 나섰다. 또한 월나라에서 양식을 빌려주라고 했을 때 빌려주지 말자고 한 사람도 오자서 인데 그것도 부차를 몰인정한 군주로 만들기 위한 수단 이었다고 오자서를 공격했다. 현명한 군주라면 되새겨 생각해 볼 텐데 어리석은 군주 부차는 백비의 논리를 그럴 듯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은 월나라에서 공급하는 뇌물과 미인 서시(西施)의 아첨에 이미 혼이 나가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한참 미녀들과 환락에 빠져있고 특별한 걱정이 없이 지내는 상황에서 월나라를 공격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충직한 오자서의 말이 옳아도 채택되지 못한다. 오자서의 충성(忠誠)과 백비의 사욕(私慾)이 충돌을 일으켰지만 오왕 부차는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백비는 선왕 합려(闔閭) 때부터 오자서 와 부차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합려와 오자서는 가깝지만 현왕 부차는 자기가 더 가깝다고 생각한 백비였다. 그래서 백비는 어진 군주 부차를 오자서가 포악한 군주로 만들어간다고 은근히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군주 부차도 정직한 오자서의 충고가 점점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오나라의 운명이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자기에게로 기운 것을 알아차린 교활한 백비는 둘도 없는 은인이었던, 자기를 합려에게 천거해 이 자리에 오르도록 발판을 놓아준 오자서를 제거해 버리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오자서도 자기의 간언을 잘 듣지 않은 부차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으나 그래도 한구석에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을 격은 터라 백비를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부차는 월나라는 그대로 두고 중원에 욕심이 있어 진(陳), 채(蔡), 제(齊)를 잇따라 정벌하고 더 올라가 중원의 패권을 넘보고 있었다. 기원전 484년 노나라와 연합하여 비교적 안정된 국가인 제나라를 정벌하였다. 한편 월나라에서는 오나라의 국력을 더 소비시키고자 승리를 축하하며 군사 3,000명을 보내 제나라 정벌에 동참하겠노라고 더욱 격려하며 부추겼다. 어리석은 부차는 계략인줄모르고 이미 제나라를 점령이나 한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중에서 오자서 한 사람만은 의도를 알고 마음이 무거웠다. 오자서는 다시 한 번 큰마음을 먹고 제나라 정벌을 멈추라고 부차에게 간언을 했지만 이미 오나라의 국력을 고갈된 상태였다.

오자서의 끊임없는 비판은 부차에게는 잔소리에 불과했으며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자주 들으면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오자서에게 벌을 줄 명분을 찾았다.

그 뒤에는 백비가 있었다. 부차에게 달려가 제나라 사신으로 오자서를 보내 제나라에서 그를 죽이도록 하자는 속셈이었다. 부차도 그 제안이 싫지는 않았다. 오자서에게 노나라를 속이고 오나라를 기만한 제나라의 죄를 묻겠다는 사실상 제나라에 전쟁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협박장이나 다름없는 어이없는 외교 문서를 가지고 가게 했다. 오자서는 내용을 알면서도 자신의 고단하고 외로운 처지와 장차 오나라에 닥칠 위기를 생각하며 제나라로 향했다. 얼마가지 않아 오나라가 위기에 봉착할 것을 예상하고 아들 오봉(伍封)을 데리고 가서 평소 관계가 좋은 포(鮑)씨 에게 부탁했다. 오나라의 의도를 알아차린 제나라에서는 천하의 명신 오자서가 부차와 백비와의 관계가 좋지 못함을 알고 오자서를 다시 돌려보내 내분이 일어나도록 했다. 부차는 오자서의 만류에도 결국은 제나라와의 전쟁을 단행해 승리를 거둔다. 모두 승리에 도취되어 자축하며 좋아했지만 오자서만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병법에 능하고 고난을 헤치고 살아온 오자서의 눈으로 볼 때 이 승리는 오나라에 큰 재앙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을 핑계로 축하연에도 혼자만 빠졌다.

교활한 백비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승리 축하연에 흥이 오른 부차에게 “이 기쁜 날 오자서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중신(重臣)으로 모범을 보여야할 사람이 빠진 것은 신하의 도리가 아닙니다. 선왕의 총애가 아무리 컸다고 해도 이런 일은 왕을 능멸하는 것입니다.”라고 심하게 비판을 했다. 잠시 후 결정적으로 작심한 듯 “이번에 제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아들을 데리고 동행해 포씨에게 맡기며 뒷일을 부탁했으니 이 일은 분명 반역에 해당됩니다.”고 결정타를 날리자 부차는 반역이란 말에 오자서를 죽이기로 작정한다. 6부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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