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다른 사람이 실패하는 경우를 보며 자신의 거울로 삼는 것을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우리에게 걸주(桀紂)로 표현되는 두 왕이 있다.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 걸(桀)과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를 말하는데 두 임금 모두 황음무도(荒淫無道)하여 나라를 망하게 만든 왕이다.

은나라 마지막 왕 주는 자질도 충분하고 식견도 남다르게 높았다. 특히 두뇌가 명석하여 사람 보는 눈이 날카로운 장점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왕이었다. 그는 총명한 두뇌뿐만 아니라 무력(武力)에도 뛰어나 맹수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용력을 가진 체력을 보유한 남자다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자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덕(德)스러운 일은 하지 않고 스스로 자만에 빠져 충성스런 신하들의 간언을 무시 한 체 오히려 자기의 화려한 입담으로 비행을 합리화하거나 덮어버리는데 쓰고 말았다. 그는 교만하기가 천하에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영웅은 호색을 탐하는 것은 주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은 나라 유소씨(有蘇氏)를 점령했을 때 전리품으로 획득한 달기(妲己)라는 여인이 있었다. 달기는 아름답고 자태와 용모가 빼어난 미모에 주왕은 넋을 잃고 말았다. 그녀를 얻은 뒤로는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실행에 옮겼다. 달기가 원하는 대로 궁중의 음악을 관능적이고 분방한 음악으로 바꾸고 수도(首都) 조가(朝歌)에 거대한 녹대를 만들어 무거운 세금으로 그 녹대를 채웠으며 거교에 곡식창고를 지어 곡식도 가득 채웠다. 사구에는 별궁을 확장하여 정원에는 길짐승과 날짐승을 놓아길렀다.

달기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주었다. 연못을 만들어 술로 채우고 뱃놀이를 하면서 고기안주를 나무에 메달아 놓고 마음껏 즐기며 놀았다. 이른바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질탕(跌宕)하게 즐겼다. 간언을 하는 신하나 조금이라도 불평을 하는 자는 구리 기둥을 걸어놓고 그 위를 걷게 하는 포락(炮烙)의 형(刑)으로 다스리며 공포 속으로 몰고 갔다. 당시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으로 서백창(西伯昌), 구후(九侯), 악후(鄂侯)가 있었다. 구후 에게는 미모의 딸이 있어 주왕의 부인이 되었지만 주왕 으로부터 죽임을 당했으며, 구후도 죽임을 당해 그 시체를 소금에 절이기도 했다. 악후도 이일을 간하다가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하고 시체는 포(脯)를 떠서 각 제후들에게 보내졌다. 서백은 이를 듣고 탄식하다가 유리(羑里)의 옥에 갇혔다. 서백의 가신들은 주왕에게 뇌물로 미녀와 금은보화를 바치고 겨우 석방되었다. 서백은 자기의 영토 일부를 바치고 가까스로 포락의 형벌을 면할 수 있었다. 충신들은 간언을 하였으나 대부분 죽임을 당하거나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서백의 아들 무왕(武王)은 강태공(姜太公)을 만나 민심을 끌어 모으고 포악한 주왕을 징벌하기위해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때가 무르익자 목야에서 대접전이 벌어지는데 은나라 주왕의 군인이 70만이 되었으나 폭정에 시달리던 군인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하거나 항복하기에 바빴다. 은나라군대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주왕은 패배를 인정하고 녹대에 올라가 불을 지른 후 보석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그 불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이로써 은왕조는 약 600여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이때 은나라 주왕이 하나라 걸왕을 거울삼지 못했음을 개탄하며 ‘은감불원’이 나왔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바로 은감불원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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