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원소 세력이 환관들을 학살하는 가운데 환관 장양(張陽)은 황제인 소제(少帝)를 끼고 도망하다 황하에서 투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때 소제를 구하기 위하여 달려간 군대가 바로 동탁이 이끄는 군대였다. 동탁이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소제는 가까스로 살아 동탁의 양주군단이 이끄는 호위를 받으며 낙양으로 입성한다. 동탁이 이끄는 군대가 동한(東漢)의 심장부에 입성하는 순간이자 무신으로 동탁의 행보가 서서히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를 동탁이 정치에 직접 본격적으로 나서는 기점으로 본다. 여기서 동탁의 지난 행동을 보면 동탁의 교묘한 술수를 부분적으로 발견할 수가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동탁이 고단수의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단순한 무인이 아니었다.

원소가 환관들을 치라고 했을 때 동탁은 내심 참여하는 척 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것을 보면 그의 야심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바로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 관망하면서 나름 주판을 놓았던 것이다. 동탁은 먼저 환관과 외척의 수장인 하진(河進)과 사대부 집단 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을 쓰며 각 세력 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일을 만들어 나갔다. 진군하는 도중에 현재 천하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황문상시 장양이 패역무도하여 생긴 일이므로 자신이 어지러운 시국을 정리하겠다는 글을 황제에게 올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야심이 숨어 있었다. 먼저 자신의 출병이 명분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낙양입성은 다른 사람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른다는 것을 암시함으로 장양과 하진간의 싸움을 붙인 다음 직접 가담하여 정리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그는 예측은 점쟁이처럼 잘 들어맞았다. 장양을 비롯한 환관집단은 하진을 위시한 외척세력을 살해했고 그것 때문에 하진의 부하 원소가 이끄는 부대는 환관 세력을 소탕했기 때문이다. 이때 살해당한 환관들만 해도 무려 2000여명이나 되었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기회를 포착한 동탁은 잔재세력인 장양을 쫓아 자살하게 만들고 소제을 모시고 개선장군처럼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낙양에 입성한 동탁이 이끄는 양주군단이 기강을 바로잡으며 통제하기에 이른다. 원소와 조조가 이끄는 금위군은 아직 양주군단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낙양을 장악한 동탁은 수도를 통제하는 것은 황제를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황제를 통제하는 것은 온 나라를 통제하는 것과 같다는 스스로 자만심이 서서히 살아난다. 비대한 몸집만큼이나 야심도 커서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고 급속한 상황 변화 속에서 그는 정치가 너무 쉽게 보였다. 그는 권력만 잡으면 정치는 쉽게 따라온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를 더욱 함정으로 몰고 들어가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권력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힘을 과시하는 것이 첫 번째 수순이다. 이렇게 되면 기강을 잡는다는 미명아래 백성들에게 겁을 주며 시범적으로 강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동탁은 병력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낮에는 군인들이 밖에서 들어오고 밤에는 몰래 나갔다가 다시 낮이 되면 들어오는 방식으로 3000명의 군사로 만 명이라고 부풀려 보이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이다. 가까이서 모습을 본 백성들은 속사정은 모르고 정말로 군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동탁의 무력 앞에 투항을 하며 그를 반겼다.

병권이 권력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 동탁은 다음부대를 병합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는 강온(强溫) 책을 번갈아 쓰면서 하진의 남은 세력을 손쉽게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때 수도의 치안을 맡고 있는 정원(丁原)의 부대를 무력화 시키려고 했으나 성격이 강직한 정원은 동탁의 말을 듣지 않았다. 동탁은 간교한 수단으로 정원을 제거한다. 정원의 부하로 있던 맹장 여포가 동탁이 간교하고 변덕스러움을 알고 동탁을 경계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탁은 여포의 무예를 탐내며 그를 돈과 권력으로 매수해 양아들로 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완전히 주지 못한 여포는 동탁을 배반하는 일이 일어 날줄 누가 알았으랴. 권력에만 눈이 어두운 동탁에게는 권력의 함정은 달콤한 꿀물과도 같았다.

세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진 동탁은 이제부터는 반대파 제거에 나서기 시작했다. 자기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하거나 내쫓았다. 한편으로는 원소나 조조처럼 약간의 병권이라도 쥐고 있으면 회유(懷柔)로 그들을 내편으로 삼으려고 애를 썼다. 황제는 있다고 해도 허수아비나 다름없으므로 나름대로 야심을 품은 세력들은 동탁의 수하에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몇 차례 회유에도 반응이 없자 하루는 검을 직접 차고 조정에 들어가 원소를 협박하자 원소는 놀라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달아나 스스로 자립하기에 나선다. 조조에게도 효기교위 자리를 주면서 회유했으나 손사래를 친다. 조조역시 동탁에게 인사도 없이 낙양을 빠져나가 자립하기에 이른다. 원소와 조조가 스스로 나갔으니 동탁에게는 자기를 따르지 않은 세력은 모두 몰아낸 셈이 된다.

그래서 동탁은 궁내에서 막강한 세력이 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최고 권력자 황제를 폐위 시키고 다른 황제를 세워 자기가 정권을 쥐고 흔드는 정국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수순을 밟아 나아간다. 아무리 어리고 허수아비 같지만 자기 손으로 세운 황제가 아니므로 황제 상대하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3부로 이어 집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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