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적 조직에는 개인에게는 습관(習慣)이 존재하고 조직 속에는 관습(慣習)이 존재하며, 관습이 더 나아가면 법칙(法則)이 되고 법칙으로 만들어지면 사회조직의 조절 장치이자 도덕을 위한 토대가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습관을 개인의 것으로 본다면 관습의 사회적이라는 말이다.

17세기 영국의 지식인 토머스 풀러는 관습의 독재를 비판적의로 지적한 학자였다. 그는 일찍이 “관습은 현명한 사람에게는 재앙(災殃)이요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우상(偶像)이다.”고 하면서 습관처럼 어떤 관습이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즉 좋은 관습이 있는 반면 나쁜 관습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떤 관습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은 각자가 생각이 다르므로 이분법적으로 보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현대 기업들 중에서도 서비스업을 중요시 하는 업체에서는 조직 습관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습관마케팅을 하는 동시에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습관교육을 실시한다. 세계적 커피 전문 업체로 성장한 스타벅스(Starbucks)는 입사 첫해 직원들에게 최소한 40시간을 할애해 습관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자제력을 조직의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만들기 위해 ‘라테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여 실시하였다. 이 법칙은 Latte의 첫 이니셜을 따서 명명한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법칙으로 첫째,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듣고(Listen), 고객의 불만을 인정하며(Acknowledge),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고(Take action), 고객에게 감사하며(Thank), 문제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라(Explain). 등으로 5단계로 만들어져 있다.

라테의 법칙은 내용이 누구나 쉽게 알고 싱거운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훈련 과정은 이수하기가 만만한 과정이 아닌 것 같다. 이 교육방법은 스타벅스 경영진이 직원들의 의지력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해 왔다는 깨달음과 성찰에서 근거해 나왔다고 한다. 직원들 중 의지력이 강한 직원들은 별로 문제를 겪지 않았고 큰 문제가 없는 날에는 의지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직원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의 스트레스나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면 그런 직원들은 순간적으로 발끈하며 자제력을 상실했다. 말하자면 고객이 고함을 지르는 일이 생기면 평소에 차분했던 직원이 평정심을 잃고 어리둥절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고객이 짜증내며 압박하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바리스타도 있었다. 이런 직원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그런 변곡점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이었다.

라테의 법칙의 훈련 과정의 핵심은 끝없는 반복, 즉 습관 만들기를 중점 요인으로 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 방안을 글로 쓰게 하는 것을 비롯하여 역할 연기에 이르기 까지 스트레스에 시달린 변곡점에서 사용하는 수십 가지의 반복 행동을 가르친다. 자다가도 문득 일어나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몸에 완전히 익숙할 수 있을 때 까지 수없이 반복하면서 연습하는 것이니 향기로운 라테와는 실질적으로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스타벅스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커피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이탈리아 정통커피 즉 에스프레소 기계와 금전 등록기를 새롭게 배치하고 고객에게 인사하고 상품을 진열하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매장 관리자가 에스프레스 기계를 배치하는 문제를 직원들과 상의하며 몇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교육하고 함께 해온 결과 직원들의 이직률이 현저하게 낮아졌으며 고객들의 만족도는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대부분 감정 습관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감정착취는 지속가능하지 않지만 자존감에 기반 한 친절과 고객 욕구 충족은 지속 가능한 것이다. 모든 직원이 자존감을 갖는 조직의 습관은 그런 전사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사회적 관습을 바꾸는 것은 훨씬 어렵다. 모든 혁명은 관습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혁명을 무너뜨리는 것은 관습인 경우가 많다. 중국 에서도 1966년 문화대혁명 당시 관습을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그런 시도는 공산주의에서만 가능하고 폭력적이며 인권을 무시한 유린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 사회만 보더라도 늘 바뀌고 있다. 주역(周易)에서도 말하듯이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고(變則通) 통하면 오래간다(通則久)고 했다. 세상의 만물은 곧 변하며 순환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바뀌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고 했다. 개인의 변화가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고 조직의 변화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서양의 격언에도 변화 이외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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