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린 질제(質帝)의 발호장군(跋扈將軍) 발언은 양기에게는 야유이며 조롱이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수치였다.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최고의 권력자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쉽게 처리한다. 아랫사람을 시켜 떡에 독약을 타서 떡을 바쳤다. 독이든지 모르고 떡을 먹은 질제는 창자가 뒤틀려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며 물을 찾기 시작했다. 양기는 시종이 물을 대령하려고 하자 “물을 마시면 토하여 죽지 않을 수도 있다 물을 갖다 주지 말라”고 하여 물도 못 마시게 했다. 이러는 동안 질제는 독기가 몸에 퍼져 그대로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대국의 황제 죽음이 이렇게 가볍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가기도 한다.

이렇게 최고의 권력자인 황제까지도 양기의 손아귀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황제까지도 이렇게 독살할 정도니 그의 간은 크다 못해 배 밖으로 나와 양기에게 대들고 따져 들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대로 양기에게 잘 보여 벼슬자리나 얻거나 승급을 하려고 아부하는 자들만 넘쳐날 지경이었다. 관리를 등용함에 있어서 정상적인 통로는 완전히 무너졌고 오직 양기 일파만이 가득했다. 썩은 고기에 파리가 모이고 거기에 새끼를 치기위해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전형적인 부패가 온 조정을 뒤덮고 있었다. 뇌물은 말 할 것도 없고 횡령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였다. 당시 수도 장안에 떠도는 유행가는 그 시대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수재라고 뽑혀온 자들, 글을 모르고 효성과 청렴으로 추천된 자들, 부모와 따로 살고 있네. 모든 것이 진흙탕에 뒤엉겨 흐려졌고 문무고관들 닭 새끼처럼 목을 움츠리는 구나.”

얼마나 일반 백성들이 답답했으면 문무고관들을 이렇게 조롱했을까.

권력이 있는 곳에 부정축재는 바늘과 실 같은 것이다. 외척간신 양기도 상상을 초월하는 축재와 사치를 하고 살았다. 양기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손수도 탐욕에 있어서는 양기를 능가하는 사람이었다.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기록한 양기의 재산현황을 보면 우선 대장군 직함으로 받은 식읍이 3만호에 달했다. 말하자면 3만호에 달하는 세금과 모든 권리 심지어는 그들의 생살여탈권까지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밑에서 일하는 1급 참모들도 재상의 부하들보다도 두 배가 넘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동생과 아들도 작위와 1만호의 식읍이 주어졌다. 욕심 많은 아내 손수는 따로 양적이란 지방에서 바치는 세금을 독차지 했는데 일 년에 5000만전 이상을 거둬들였다. 이 여자가 입고 다니는 옷은 황제의 고모 장공주가 입고 다니는 복장보다도 훨씬 화려했다.

축재현황은 수법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지방 부호들에게 돈을 빌리는 수법을 이용했다. 사실은 명목상 빌리지만 이것은 갈취를 위한 단계에 불과했다.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양이 요구한 양보다 적으면 없는 죄목을 그럴 사 하게 만들어 옥에 가두고 지독한 고문을 하게 했다. 있으면서 주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섬서성에 사는 사손비 라는 사람은 5000만전을 빌려 달라는 양기의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고 3000만전만 주었다. 요구를 다 들어 주지 않았다고 화가 난 양기는 사손비의 모친이 절도죄를 저질렀다며 형제를 잡아다가 모진 고문을 하고 결국 죽게 만들어 1억 7000만전을 모두 몰수하는 일을 행하였다.

아내 손수는 양기에 뒤질세라 요란한 몸치장으로 장안의 유행을 주도 했으며 그녀는 질투심이 매우 강했다. 질투도 보통사람들이 보기 드문 남편보다 재산 축재가 적으면 견디지 못하는 묘한 트라우마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 양기가 큰 저택을 짓자 손수도 뒤질세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저택을 짓기 시작 한다. 둘이서 서로 건축 자재를 사기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했다. 이들의 집은 호화스럽기도 하지만 모두 회랑으로 누각이 연결되어 있으며 기둥과 벽은 조각장식으로 수놓은 초호화 주택이었다. 비 오는 날도 몇 채를 건너가도 비한방울 맞지 않고 갈수 있도록 이어져 있었다. 정원에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가 수로를 따라 이어지고 금고에는 금은보화는 물론 진귀한 보물로 넘쳐날 지경이었다. 손수는 외출이 없는 날에도 호화스럽게 치장을 하고 지냈으며 잘 단장하고 차려입은 무용수와 악단들을 불러 노래와 춤을 만끽하며 세월을 보냈다.

울긋불긋 양산이 달리고 금은 등 호화로운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된 수레를 타고 느긋하게 몸을 맡긴 채 자기 집 구경을 하면서 만족해했다. 가끔은 먹고 마시면서 광란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황후보다도 훨씬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차면 기우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절정에 오는 양기도 이제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4부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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