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서 분명하게 적용해야함을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동양인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삼국지(三國志)》 〈촉서〉 제갈량(諸葛亮)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갈량이 본인을 말하면서 내 마음은 저울과 같아 공평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하면서 한 말이다. 제갈량은 전략 면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지만 후세에 더욱 만인으로부터 추앙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과 벌을 구분할 때 편견을 두지 않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삼국 중에서 촉은 가장 작기도 했지만 군사 면에서도 열악했다. 군주 유비(劉備)기 죽고 나자 어린 유선(劉禪)은 아직 정치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승상으로서 군권을 쥐고 있었지만 군주일 까지 맡아 보아야 했다.

강력하지 않으면 이끌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법가사상을 인용하게 되는데 전국시대 상앙(商鞅)이 시행했던 강력한 법치질서아래 공평무사하고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덕분에 규모는 작아도 삼국 중에 제일 잘 다스려지고 치안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었다. 제갈량이 가장 잘 처리한 일중에 제일 아끼던 장수 마속(馬謖)이 명령을 어기고 군사를 잃은 죄를 물어 그 유명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만들어낸 일의 처리였다. 마속은 유능해서 아끼기도 했지만 친한 친구 동생이기도 했다. 그러나 군율을 어겼다고 해서 울면서 목을 쳐야 했다.

그 후로 이엄(李嚴)에게 했던 일을 꼽을 수 있다. 이엄은 유비가 죽으면서 제갈량과 함께 아들 유선을 돌보라고 유언을 했던 인물이다. 자식을 부탁하는 신하를 탁고지신(託孤之臣) 이라고 했다. 제갈량은 5차 북벌을 나서면서 선주 유비의 유언대로 이엄을 후방에서 후주 유선을 돌보면서 군량 보급의 중책을 맡겼다. 전쟁에 군량 보급은 무엇보다도 중임이었다.

그러나 이엄은 이 군량보급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유리한 전투에서 군량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돌아온 제갈량은 소홀히 임무를 수행한 이엄을 삭탈관직하고 평민으로 만들어 내 쫒았다. 그러나 조정에서 다른 관직을 맡고 있던 아들 이풍(李豊)에게는 편지를 보내 위로하면서 아버지의 잘못을 거울삼아 더욱 열심히 잘하라고 격려까지 하였다. 아들에게 연좌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제갈량은 곤장 20대 이상의 벌은 자기가 직접 다스렸으며 매사에 공정을 기했다.

제갈량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자는 비록 원수라도 반드시 상을 주고, 법을 어기고 태만한자는 반드시 벌을 주었다.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는 자는 중죄인이라도 용서하고, 헛된말로 교묘히 꾸미는 자는 가벼운 죄일지라도 반드시 크게 다스렸다. 선행이 작다하여 상주지 않은 일이 없었고 악행이 작다하여 문책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나라 안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원망하는 자가 없었으니 이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공평하며 권하고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사회 곳곳에도 사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나라가 청렴해지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바탕이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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