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제비와 참새를 연작(燕雀)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농약으로 농작물 해충을 방지하지만 예전에는 제비와 참새가 사람과 함께 살면서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새였다. 이들이 집안에 집을 지으면 행운이 온다는 작지만 길조(吉鳥)로 여겼던 새다. 그러나 몸집이 작아 도량이 좁고 어리석은 사람에게 비유되었다.

이에 비해 기러기와 고니는 홍곡(鴻鵠)이라 부르는데 늘씬하고 키가 커서 포부가 원대하고 큰 인물을 비유하는데 인용하여 쓰였다. 인간에게 이익은 제비와 참새가 더 주는데 단지 덩치가 크다고 도량이 넓은 사람에게 비유하니 제비와 참새가 억울해 하는지도 모른다. 이 말의 출처는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구축할 때 진승(陳勝)이란 사람이 처음으로 말한 데서 유래가 되었다.

본래 ‘연작안지홍곡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에서 나온 말인데 줄여서 ‘연작홍곡’으로 부르기도 한다. 소견이 좁은 사람은 뜻이 큰 사람의 야망이나 포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한말이다. 자신의 말은 남이 진심으로 알아듣지 못할 때 자탄하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여기서 기러기와 고니로 자처한사람이 진나라 말기의 진승이다.

그는 진나라가 최초로 천하를 통일하고도 실정이 계속되자 최초로 농민 봉기(蜂起)를 일으킨 자다. 진승은 원대한 포부는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의 처지는 일당제 근로자였다. 요즘말로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날품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하면서도 꿈만은 커서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살기 편하게 하고 굶주리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까 사명감은 불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어느 날 품팔러나가 남의 농사일을 하던 중 잠시 쉬며 참을 먹고 있을 때 여러 사람 앞에서 외치며 말했다. “여러분! 누구든지 장래 부귀한 몸이 되거든 서로 잊지 말기로 합시다.” 이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 쉬던 동료들이 코웃음을 치면서 “날품팔이 주제에 무슨 잠꼬대 같은 부귀한 몸이야” 하면서 비웃는다. 진승은 이 말을 듣고 탄식하면서 “차호(嗟乎) 연작안지홍곡지지재(燕雀安知鴻鵠之志哉)아~ 슬프도다,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큰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

그 후 진승은 장성 축조에 잡혀가는데 인솔하는 경비를 맞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대택향(大澤鄕) 에서 장마를 만나 오도 가도 못하고 묶여 며칠을 보내고 나니 가더라도 당시 법에 따르면 형벌을 면치 못할 상황이었다. 함께 가던 동료들에게 말한다. “지금 우리는 아무리 빨리 가도 기일 안에 당도하지 못합니다. 가서 죽느니 반란을 일으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합시다.”900여 동료들은 환호를 하며 진승의 말에 동조하였다.

그 뒤 호응하는 세력들을 규합하여 장초(張楚)라는 나라를 세웠으나 조직력과 훈련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를 기록하면서 진승을 파격적으로 제후들이 반열에 넣어 당당하게 세가(世家)편에 올려 진섭(陳涉) 세가에 나온다.

보통 때에는 남다른 엉뚱한 행동을 하며 따돌림을 받다가 나중에 빛을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도 하겠지만 성공을 하면 이런 남다른 행동들이 뜻을 이루는데 밑받침이 되었다고 칭송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칭찬이나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가 때로는 밑거름이 되고 질책 한마디가 비수가 되기도 한다. 될 수 있으면 어린이들에게는 질책 보다는 칭찬이 필요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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