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공자(孔子)의 어록을 제자들이 모아놓은 기록이 지금도 고전으로 각광을 받는 《논어(論語)》라는 책이다. 논어 이인(里仁)편에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실행은 민첩하게(訥言敏行)하라고 하였다. 무슨 일에든지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이야기다.

행동에 관한 명언은 무수히 많다. “행동이 모두 행복은 아니지만 행동 없는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을 행동에 맞추지 말고 행동을 말에 맞춰라.” “성공과 실패의 유일한 차이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의 삶은 생각이 아닌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등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명언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만큼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로도 보인다. 일상생활 속 에서도 생각은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그렇게 말과 같이 쉽지는 않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에릭 스위츠게벨(Eric Schwitgebel)과 조슈아 러스트(Joshua Rust)가 도덕적 문제를 취급하는 윤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도덕적으로 더 모범된 삶을 살까를 실험 관찰해 보았다. 그들의 헌혈 횟수를 시작으로 문을 열고 닫는 태도, 그리고 어떤 행사를 마치고 쓰레기를 치우는 방식 등을 비롯하여 17가지 행동들을 일반 교수들과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일반 교수들과 도덕철학 교수들이 도덕적으로 전혀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안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즉 생각과 지식은 있더라도 도덕적으로 행동은 누구나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기개발 강사들이나 경영학자들이 행동의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지행격차(知行隔差)는 미국 스텐퍼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 제프리 페퍼(Jeffiey Pfeffer)와 로버트 서튼(Robert I, Sutton)이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격차》에서 우리가 알고만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의 격차를 말하면서 한 말이다. 이들은 이 책에서 사람들은 늘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지행격차가 조직의 성과를 가로막는 가장 머리 아픈 커다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페퍼와 서튼은 이렇게 알고는 있지만 실천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8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첫째는 ‘어떻게’ 보다 ‘왜’가 먼저라는 것이다. 즉 철학이 중요하는 말이다. 둘째는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얻고, 셋째는 계획과 개념보다 행동이 중요하고, 넷째로는 실수가 없는 실행은 있을 수 없으므로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섯째는 두려움이 지행격차를 벌이이므로 두려움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으며, 여섯째는 끼리끼리 싸우지 말고 경쟁사와 싸울 것이며, 일곱째는 지식 실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측정하라고 했으며, 마지막으로는 리더가 어떻게 시간과 자원을 쓰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근래에 지행격차를 이겨내지 못해 실패한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필름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닥(Kodak)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의 혁신 전문가 톰 켈리(Tom Kelley)와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는 2013년도에 《유쾌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어떻게 창조적 자신감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서 “말이 행동을 대체하면 기업은 불구가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출발선상에 선자에게 전통이라는 것은 방해가 될 뿐이다. 코닥의 영광스런 과거는 지나치게 매혹적이었던 것이다. 디지털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강력한 경쟁자들을 만나면서 코닥은 그게 엄청난 투쟁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실패의 공포가 임원진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간극에 빠진 코닥은 화학 기반 비즈니스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런 일들은 20세기였다면 디지털 저투자로 나타났을 뿐이다. 우리가 코닥을 통해서 본 것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통찰을 효과적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에 인색했다. 그 결과 미국의 강력한 브랜드 하나가 무너졌다.”

물론 인간이 무슨 일을 시도해서 단번에 성공할 수는 없다. 실패를 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지식은 얻어지기 마련이다. 실패가 있더라도 에디슨처럼 괜찮다며 해보는 것이 나를 한 단계 올려놓는다고 본다. ‘지행격차’를 없애기 위한 시도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하더라도 똑 같은 결과가 나오거나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때는 맥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 보다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믿음과 나쁜 결과가 나오면 그 전에 것을 하면 큰 손해는 아니다. 행동을 예찬하는 사회에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 보여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에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유혹을 받기 쉽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읽힌 책이 단연 《성경(聖經)》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에도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 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고 했다. 여기서 말씀하신 구하고 찾고 두드리라는 말도 생각만 하지 말고 실행함을 강조한 말이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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