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2500년 전에 저작된 동양 최고의 학자 겸 세계 4대 성인이라고 일컫는 공자(孔子)의 어록을 제자들이 역어놓은 책이 《논어(論語)》다. 논어가 철학서로 지금까지 남아 읽히게 된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과거시험에 출제되므로 필독서였다. 그 논어는 구절구절마다 명언이고 속담일진데 그중에서 유독 애착이 가는 글귀가 있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서 경중은 다를 것이다.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4편 〈이인(里仁)편〉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 나온다. ‘덕이 있는 사람이 외롭지 않은 것은 반드시 이웃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반드시란 말을 왜 했을까 이다.

논어에는 반드시란 말이 그리 많지 않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면 스스로 덕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도 힘들지만 주위에 덕이 있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특히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직장은 현재까지만 해도 연공과 능력이 우선시 되지만 세(勢)를 무시할 수 없다. 옳고 그름이나 덕 같은 것은 상관없고 대세를 따르는 것이 심신이 편하다. 괜히 인간의 도리랍시고 덕 같은 것을 내세우다가 따돌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무 튀지 않으며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인사하고 적당히 친한척하고 적당히 어울리다가 시간되면 퇴근하는 것이 무방하다.

덕(德)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적 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능력이며,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의 말을 건네면 보통 ‘아 네 덕분(德分)에’ 라고 많이 응수한다. 당신이 베풀어준 은혜라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 겸손한 표현이다. 이렇게 덕은 좋은 일에 많이 쓰이므로 덕망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벌이 꿀을 찾아 날아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착하게 살기도 힘든 시대다. 착하고 양심적으로 살면 오히려 바보처럼 여겨지는 안타까운 시대다. 그래도 착하고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 사람답고 행복하게 사는 길일 것이다. ‘덕불고필유린’이 주는 교훈처럼 반드시 이웃에 돕는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명심보감에 가난하면 저잣거리에 살아도 찾는 사람이 없지만 부유하면 깊은 산속에 살아도 사람들이 찾는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권세나 부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는 그 권력이나 부가 소멸된다면 아마도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덕을 나누기 위해서는 남에게 바라기 보다는 나부터 공덕을 쌓을 때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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