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평범한 사람도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특정 상황이나 시스템이 주는 영향력을 말한다. 개인이 악한 행동을 한다기보다는 주변 환경이 악한 행동을 하도록 유발하는 경우를 뜻한다. ‘루시퍼는 빛을 가져오는 자’ 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가장 총애하던 천사였으나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자신을 따르던 천사들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전설 속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라고 불리며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가 악(惡)한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하는 실험이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24명의 평범한 대학생을 모집했다. 지원자중 정신과적 면접과 성격 검사를 통해 범죄나 마약관련이 없는 24명을 선발한 다음 하루 15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학교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모의 교도소를 만들어 진행하였다. 그는 24명의 참가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맡긴 후 자기는 교도소장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순조로운 실험을 위해 피 실험자 전원에게 실험 중에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선을 넘지 못하도록 서명을 받았다.

실험 초기에는 자기의 역할에 대해 어색해하며 몰입하지 못했다. 특히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더 어색해 했다. 실험당시 자유분방한 히피(hippie)문화의 영향으로 죄수 역할의 학생들은 종종교도관에게 반발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때마다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죄수를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실험을 시작한 다음날 아침부터 모의 교도소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짐바르도 교수의 개입으로 진정되면서 몇몇 교도관들은 죄수들을 본격적으로 진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체벌, 고문과 같은 가혹행위를 하면서 시멘트 바닥에 발가벗긴 채로 재우고 모욕적인 언사는 보통이고 샤워도 허용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들은 역할에 잘 적응하며 잔혹한 방법으로 징벌을 가했다.

실험이 시작되자 신경쇠약증세를 보이는 죄수가 생기며 발작증세를 보이는 죄수가 발생하므로 실험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실험을 시작한지 4일째부터 죄수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예상과 달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어 2주로 예정되었던 실험은 6일 만에 마치고 말았다. 평범한 교도관과 죄수였지만 이성을 잃은 교도관들의 학대로 도저히 실험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12명의 교도관중 가장 악명 높았던 참가자 존 베나는 심한 욕설과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고, 다른 교도관들도 시간이 갈수록 과하게 몰입했다. 심지어 실험을 주도했던 짐 바르도 교수조차도 방관자가 되어 고문당하는 죄수를 보며 흥분해서 남에 일처럼 자기 연인에게 “이것 좀 봐, 정말 끝내주는 장면이야.”할 정도로 보면서 권력의 맛에 빠져버린 교도관들은 역할놀이를 즐겼으며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결국 객관적으로 보는 교수의 연인이 강력하게 항의하여 실험을 종료한다고 하자 교도관들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짐바르도 교수나 교도관 존 베니, 기타 참가자들 모두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교도소에 갇힌 죄인들을 보면서 잠재된 루시퍼와 같은 악마적 본능이 나타났던 것이다. 루시퍼는 기독교에서 악마군단을 이끈 지옥의 왕을 말한다. 원래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하여 신에게 사랑을 독차지 했으나 하나님과 대적하다가 지옥에 떨어진 신을 말하는데 사탄이라고도 한다.

이 세상에는 착하기만한 사람도 없고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이는 바로 스탠퍼드 감옥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선과 악은 인간의 깊은 본성에 잠재되어 현재의 상황과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변화에 따른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며 모습을 드러낸다. 질서가 잘 잡힌 사회에서는 ‘악한 본성’이 깊숙한 곳에 숨어있지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처럼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만나면 권력을 쥔 루시퍼처럼 언제든지 악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 ’루시퍼 효과‘라고 한다.

이 실험 전에는 도덕과 사회윤리는 항상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며 악한사람을 멀리하고 세상을 선하게 살라고 교육하며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것이 선과 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나쁜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루시퍼 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자기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규정지어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는 선한 사람이다. 그러나 상황이 돌변하여 나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면 나도 악마 같은 사람도 될 수 있으니 잘 살피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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