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인간은 각자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법의 잣대가 똑 같이 적용되는지 물으면 의문을 갖게 된다. 가진 자와 힘 있는 자, 그리고 약한 자와 힘이 없는 자에게 길다가 짧았다하는 것이 이 시대의 법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있는 자들이 보는 관점에서는 같다고 하겠지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을 보자.

금 수저, 은수저, 흙 수저, 더 나아가 도금한 금 수저 까지 등장하는 해괴한 논리가 등장한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착잡하다. 자신을 스스로 흙 수저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많은 작금에 외면할 수도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중국의 춘추시대(春秋時代)와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지나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했다.

진시황이 통일국가를 이룬지 불과 13년 만에 죽고 만다. 시황제가 죽은 뒤 진나라는 급격히 쇠락해져 환관 조고(趙高)가 판을 치며 멸망의 길을 치닫고 있었다. 이 무렵 역사상 최초의 민중봉기라고 하는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의 난이 일어난다. 이 두 사람은 하남의 양성과 양하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서로 잘 아는 친구 사이였다. 진승은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날품을 팔거나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겨우 연명하고 살았다. 진승은 자신의 신분에 불만이 많았고 낮은 신분에 울분이 가득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당장 어쩔 수 없어 참고 있었다.

진시황에 이어 2세 황제 호해(胡奚)는 환관 조고의 농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백성들은 더욱 도탄에 빠지는 지경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만리장성 축조는 쉬지 않고 계속됐다. 진승과 오광도 만리장성 축조에 징발되어 호송하는 책임을 맡고 가는 중이었다. 가는 도중에 장마를 만나 길이 물에 잠기고 행군은 날이 갈수록 더뎌지기만 했다. 당시 법에 따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제 날짜에 당도하지 못하면 인솔자는 말할 것도 없고 함께한 모든 일꾼들은 사형을 당하거나 변방에서 평생 일만하는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진승은 고민 끝에 오광에게 지금은 너무 늦어 어차피 당도해도 사형에 처해질 것이 분명한데 가서 그냥 죽느니 차라리 난을 일으켜 일을 도모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오광도 바라던 바라 흔쾌히 수락하고 행동에 착수하기로 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징병관을 살해하고 군중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우리는 비 때문에 길이 막혀 기한 내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가면 죽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설령 죽음을 면한다고 해도 가장 험한 일을 하거나 평생 국경만 지키다 죽을 것입니다.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죽을 바엔 이름이나 남깁시다. 왕과 제후,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습니까?(王侯將相寧有種乎)” 진승의 이 말은 위축되어있던 군중들의 사기를 올리기에 충분한 명연설이었다. 군중들은 순식간에 “와!” 하며 너도나도 진승을 따르기로 한다.

진승과 오광은 군중들과 진나라 타도를 외치는 반란군이 되어 주변의 성을 함락시키고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고 나갔다. 진승은 몇 개의 성을 점령하자 ‘장초(張楚)’라는 나라를 세워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진나라 장수 장한(章邯)의 반격에 의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진승은 이 반란을 통해 짧기는 했지만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어 왕과 제후, 장수와 재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고 자기같이 천한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다. 소위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역사의 대가 사마천(司馬遷)은 진승을 진섭(陳涉)이란 이름으로 당당히 제후(諸侯) 반열을 의미하는 세가(世家)에 올려 놓았다. 사마천이 보는 진승은 거대한 중국에서 최초로 하급 층인 농민 봉기로 성공한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대에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이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연마하고 정진한다면 큰일은 누구든지 도모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의 신분은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고 개척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달라져서 큰일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진승의 유명한 명언이 또 하나 있다. 연작안지홍곡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 즉 제비나 참새 따위가 큰 기러기와 백조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즉 새를 의인화해서 한 말인데 평범한 사람은 영웅이 품은 큰 뜻을 알지 못한다거나, 소인배들은 대인이 지향하는 대망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은유로 말했다. 이런 것을 본다면 진승은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었음을 볼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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