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렬 (사)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

고인돌에 태양의 계절을 구분한 절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것이 쉬웠으면 누구나 해석했을 것이고, 연구도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사인들의 생각을 이해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그들의 생활과 고인돌의 관계를 이해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고인돌이 어딜 향하는지만 알면 해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영광군 대마면 성산리 1360-9에 있는 성산리고인돌군이다. 이 고인돌군은 아래 그림에서 보듯 A, B, C, D가 일렬로 배치되었다. 다만 경지정리를 하면서 훼손된 고인돌들 일부가 이 배열에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왜 선사인들은 이렇게 고인돌을 한 줄로 세웠을까? 먼저 일렬로 세워진 고인돌들의 일직선 방위각을 측정한다. 일렬로 배치된 고인돌들은 나침반이 120°를 가리키고 있다. 그 반대 방위각은 120°에 180°도를 더한다. 동그라미는 360°이나 180°가 반대이니 120°에 180°를 더한다. 그러면 반대쪽인 300°가 된다.

그리고 지표면에서 120°와 300°는 태양의 어떤 때와 일치하는가를 조사한다. 지표면에서 120°방면으로 해가 떠오르는 절기는 동짓날이다. 동지는 하지와 함께 이지(二至) 중 하나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시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게 뜨고, 반대로 해가 가장 길게 숨어 있는 때다. 엄밀하게 말하면 동짓날의 해가 가장 짧은 것은 아니다. 동짓날 전이 확실히 해가 1~2분 더 짧다. 동짓날 낮과 밤의 비율은 대략 4:6이고, 낮 시간은 9시간 40분이며, 밤 시간은 14시간 20분 정도다.

동짓날 일출지점인 120°의 반대인 300°가 시간적 의미의 동짓날 일몰지점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낮과 밤의 비율이 4:6이니 동짓날 일몰방향은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240° 방향이다. 300°는 120°에 대한 덮개돌이나 굄돌 통로의 공간적 반대개념이다. 시간의 반대개념은 아니다. 그러니 고인돌의 덮개돌이나 굄돌의 통로가 선사인들이 동짓날 일출지점인 120°를 향해 설치한 것인지, 아니면 하짓날 일몰지점인 300°를 향했을지는 명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120°로 보는 것은 이 방위가 동짓날로 동서양의 시간 문명사에서 모두 새해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A와 B라인의 고인돌들과 일치하여 태양이 동남향의 고성산에서 동짓날인 12월 21일 전후로 비춘다. 그 반대로 300°는 하짓날인 6월 21일 전후 저 멀리 홍농에서 지는 노을의 햇살이 지표면에 가까이 내려와 일직선으로 겹친다. 선사인들이 고인돌을 이렇게 놓은 것은 태양력이자 농사력인 24절기와 관련이 매우 깊다.

이곳 성산리고인돌군 중 6월 22일 전후 하지의 일출과 관련이 있는 고인돌이 E고인돌이다. E고인돌의 덮개돌에는 성혈로 보이는 바위구멍도 있다. 이 고인돌 덮개돌의 장축이나 전체적인 모양을 확인하여 방위각을 측정한다. E고인돌 덮개돌의 장축은 동북과 남서로 놓여 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고창 성송의 구황산으로 65°를 가리킨다. 65°방위각은 하짓날 일출지점을 가리킨다. 하짓날 고창 성송방면의 구황산(500m)에서 태양이 떠오른다. 그 반대는 245°정도로 동짓날 일몰 지점에 해당한다. 이 고인돌의 덮개돌 동남쪽 끝의 바위구멍 해석은 추후 연구과제다. 태양의 일출일몰 지점이 조금씩 다른 것은 지평선 일 때와 주변에 높은 산이 있을 경우 조금씩 차이가 난다. 성산리고인돌군은 동짓날의 일출라인 배치를 두 줄이나 만들었다. 이는 선사인들이 동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동지의 A와 B 라인 사이에 길게 배열된 C라인 고인돌의 방위각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알아보자. 일렬로 배치된 고인돌들이 조금씩 틀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일렬 배치의 흔적은 명확하다. 선사인들의 의도가 보인다. 이 배열의 방위각은 100°와 그 반대는 280°로 측정되었다. 이것도 고인돌 배치의 일반적 패턴이다. 이 방위각은 3월 말 춘분과 9월 말 추분의 일출과 일몰 지점이다. 춘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동일하다. 이 고인돌군 C라인의 동쪽 100° 방면은 고성산의 북쪽 사면의 중턱이다. C라인을 따라 춘분・추분 때 고성산 북쪽 중턱으로 일출하는 모습과 백수 구수산으로 일몰하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무질서하고 널브러진 것으로 보이는 고인돌들은 선사인들이 필요로 하는 천체를 반영하고 있다. 즉, 선사시대의 삶과 연계한 농사력이자 공동행사를 위한 구심점으로 활용된 것이다. 선사인들이 고인돌을 보고 계절이나 절기와 농사의 때를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매일 태양을 보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을 선사인들은 때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인돌을 어떤 특정 절기나 때에 맞춰 배치했다. 그것은 절기나 때의 중요성을 감안한 공동체 의례나 행사를 위한 것이다. 당시 최고의 신인 태양에 대한 경외감이 담긴 제단이었기 때문이다.

타원형의 특이한 고인돌이 고인돌군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축의 춘분・추분 배열 고인돌군과 동짓날 일출로 배열된 고인돌군의 중간에 놓여 있는 F고인돌이다. 왜 두 배열이 교차해 꺾이는 중심에 타원형의 F고인돌을 놓았을까? 이 고인돌은 생김새부터 주위의 다른 고인돌들과 다르다. 이 고인돌이 어딜 향하는지 덮개돌의 전후방과 측면 등을 확인해보면 타원형임을 알 수 있다. 장축을 앞뒤로 할 때 안정감이 든다. F고인돌의 장축 방위각은 160°와 340°를 향하고 있다. 특히 남동쪽의 160°도는 인근의 고인돌들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 패턴은 별자리와 행성인 금성과 관련이 깊다. 남동쪽의 저 멀리 고성산(546m)과 월랑산(458m) 정상 사이의 깃재로 매 절기나 계절마다 중요한 별들이 지상에 오른다. 해가 진 어두운 시간 고인돌의 장축 앞에 떠오른 별들을 본다. 그 별들을 통해 하루하루의 기상여건이나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한다. 물론 부족민의 길흉화복도 점쳤다.

동지인 B라인과 춘・추분인 C라인을 대각선으로 지나는 D라인이 있다. D라인은 진북을 가리킨다. 자침의 북쪽은 진북보다 약 7.5° 서편향이다. 즉 나침반의 자침보다 약 7.5° 동쪽의 북쪽 하늘에 북극점과 일치하는 북극성이 있다. 이를 진북이라 한다. 선사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북극성은 우주의 중심이자 본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죽으면 별로 돌아간다고 하여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북극성을 가리키는 고인돌 배치도 가장 일반적인 패턴 중 하나이다. 이렇듯 대마 성산리고인돌군의 각각의 고인돌 배치는 주변 지표면의 산이나 고개 등을 측량지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한 공간의 고인돌들에 다양한 천체를 중심으로 한 신앙행위를 담았다. 이곳 성산리고인돌군은 선사인들의 지혜가 담긴 보고였다.

▲대마 성산리고인돌군 배치와 방위각(드론 이승기)

▲대마 성산리고인돌군 중 F고인돌(장축의 정면 깃재)

▲대마 성산리고인돌군 중 A와 C라인 고인돌들(정면 고성산)

이병렬 (사)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지리학 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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