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며 염치(廉恥)가 없는 짓을 할 때 낯이 두껍다고 한다. 실제로 얼굴 피부가 두꺼운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대할 때  체면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남의 피해나 체면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행동하며 부끄러움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여기에서 말한 ‘강안여자’는 얼굴이 두꺼워 수치를 모르는 여인이란 말로 얼마나 뻔뻔하기에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을까?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로 약 2400년 전 이야기다. 제나라 선왕 때 무염(無鹽)지방에 살았던 종리춘(鐘離春) 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가 유명했던 것은 못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성별은 여자인데 우람한 남자골격에 절구머리, 퀭하니 들어간 눈에 앞에서 보면 콧구멍이 빤히 보이는 들창코, 성인 남자처럼 목젖이 뚜렷하게 나온 두꺼운 목, 머리숱은 적고 허리는 굽었으며 피부는 옻칠한 사람처럼 검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아내로 삼으려는 남자가 없었다. 

이런 무염녀 종리춘이 하루는 궁궐을 찾아가 선왕(宣王)을 만나 뵙기를 청했다. 신하들과 연회의 자리에 있을 때였다. 내시가 무염녀의 말을 전하자 모두 입을 가리고 웃다가 왕이 말했다. “이 사람은 정말 얼굴이 두꺼운 여자로다.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고 말했다. 그 용기가 가상하여 선왕은 그를 불러 찾은 연유를 물었다. 

“저는 제나라에서 아무 남자도 원치 않는 여자입니다. 군왕의 성스러운 덕에 대해 들었습니다. 원컨대 후궁에 들어가 청소라도 좋으니 왕께서 은총을 내리시어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뻔뻔스럽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선왕은 그녀를 내치지 않고 불러들여 궁에 들어오려는 연유를 물었다.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종리춘은 천하대세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며 조목조목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지금 밖으로는 진(秦)·초(楚) 같은 강국이 있고, 현자는 숨어버렸으며, 간사한 무리들이 조정을 쥐고 있고, 임금은 음락에 빠졌고 백성들은 피폐해 있습니다”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선왕은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무염군의 말은 정말 통쾌하오. 내 오늘에야 비로소 이런 통쾌한 말을 듣게 되었소.” 이 말을 들은 선왕은 감동하여 얼굴 생김새와는 상관없이 후궁으로 삼아 무염군에 봉했다. 

이 일을 계기로 점대(漸臺)를 부수고 여악(女樂)을 중지했으며 아첨하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직언을 받아들이며 군마를 양육하고 국고를 튼튼히 했다. 그리고 궁전의 네 문을 열고 사람들을 불러 직언하도록 하여 길모퉁이의 작은 문제 까지도 이야기 하도록 했다. 또한 길일을 택하여 태자를 책립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들어오게 했으며 무염군을 정식 황후로 책봉했다.  당시 제나라의 안정은 바로 이 못생긴 여자의 머리에서 나온 공로였다. 

군자는 종리춘이 마음이 바르고 말을 잘한다고 했다. 누구도 하지 못한 직언을 못생긴 종리춘이 한 것이다.《시경(詩經)》에 군자를 만난 후에야 내 마음이 즐겁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천하의 박색 무염녀가 실력을 발휘해 황후가 된 것도 그에게는 남모르게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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