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언론인)

대통령 탄핵이 임박해 보인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법리를 따지는 곳이기에 장담할 일은 아니지만 국민 80%가 원하는 탄핵 정서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발, 암초에 부딪힌 특검연장, 친박극우세력의 탄핵 반대 집회 등 걸림돌은 많지만 탄핵인용은 국민 상식선의 결론인 까닭이다.

탄핵을 관철시키기 위한 마지막 고비가 남아있어 광장의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겠지만 이제 국민들의 마음 한구석에 차기 권력에 대한 기대가 자리잡아가고 있을 게 분명하다. 대선 주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시국에 대한 초미의 관심 탓인지 더민주당 국민경선 참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다. 추이대로 보면 200만명은 넘어설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촛불민심이 차기 권력의 생 얼굴일 수는 없다. 직접민주주의로 표출된 민심 또한 어차피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내용을 만든다. 갈등과 분열 또는 포퓰리즘의 작동으로 민심을 올곧게 받들지 못한 왜곡된 정권교체의 아픈 체험을 지니고 있기에, 많은 국민들은 촛불 이후의 정국 전개 과정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촛불은 하나였지만 이미 시작된 민주당 경선과정을 보면 국민들의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의식을 지닌 낡은 인사들의 선거캠프 합류 파문, 청산 세력과의 대연정론, 탄핵위기로 몰락한 박근혜 정권을 ‘선의’를 지녔던 세력으로 지칭하다 비난에 휩싸인 파문 등 통합을 해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탄핵정국 초기 국민을 향해 잘못을 빌며 엎드려 사과했던 자유한국당도 다시 탄핵기각 극우 세력들을 대변하는 반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촛불은 아직 먼 길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차기권력이 결정되는 과정은 너무도 촉박하기에 선택에 임해야 할 국민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탄핵 인용 후 2개월 만에 차기정권을 출범시켜야 하는 과정을 두고 본다면 가장 명확한 선택기준은 우선 ‘준비된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 없는 대통령’ 때문에 빚어진 국정농단 사태를 돌이켜 보면 국정운영에 관한 준비된 생각을 가진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준비된 후보는 촛불광장에서 표출된 적폐청산을 통한 사회혁신 요구와 글로벌 산업체제 개편 국면에서 침체에 빠진 국부를 일궈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또한 지금 당장 대선 주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토해내고 있는 공약들만 가지고 검증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대다수가 당장은 감언이설이다. 빈말일 때가 많다. 박근혜 정권을 겪으면서 새삼 확인한 일이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약속을 팽개친다.

결국은 그 사람이 걸어온 지난 여정, 그의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간판 외에 해낸 일도, 또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었던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촛불광장이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은 지금 정치혁신의 대전환기에 놓여있다. 이 중차대한 시간을 고민하며 마틴 루터 킹의 통렬한 문구 하나를 가슴에 새겨 본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언론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