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최근 농업에 경영 개념이 많이 도입되고 있으며, 경영기법을 농업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개별 농가를 지칭하는 용어도 ‘농업경영체’이며 농가를 하나의 경영체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5년전부터 시작한 ‘강소농’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비용절감, 품질향상, 고객증가, 가치향상, 역량강화의 개념은 모두 경영학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또한, 대학에서도 농업경영학, 농업경제학이라는 학과가 운영되고 있으며, 농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벤처농업대학이나 유통전문가 과정도 모두 농업에 경영학과 경제학을 접목시켜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수치화 시켜 기존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입니다.

이렇듯 농업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학문이 농업에 접목되어 변화를 꾀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에 제가 설명하려는 내용은 농장 로고를 만들어 활용하는 과정입니다. 보통 기업에서는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를 만들어 그 기업을 알리고 제품을 홍보합니다. 아래 삼성이 CI이고 지펠과 하우젠 그리고 갤럭시S4가 BI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CI에 여러 종류의 BI가 존재하게 됩니다. 보통 기업들은 CI와 BI를 개발하여 명함, 전단지는 물론,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광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CI와 BI

저도 농사를 시작하면서 처음 했던 작업이 ‘고향애농장’ 이라는 상호와 ‘행복예감’ 이라는 상표를 BI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에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정성이 잘 담기길 바랐고 그 마음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고향애농장 CI와 행복예감 BI

그럼 농가들이 스스로 어떻게 로고를 제작하고 활용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결과물은 2017년 8월 10일 ~ 9월 7일까지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정보화교육장에서 진행되었던 교육 과정입니다.

먼저, 서투른 실력이지만 본인의 철학과 농산물을 잘 어필할 수 있는 농장명을 결정하고 외부에서 자신의 농장을 어떻게 보였으면 하는지 정의하고 그림으로 스케치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해보는 분들은 이 과정이 생소하고 상당히 어렵게 생각합니다. 사실, 어렵고 고통스런 과정입니다. 수 십 년 농사를 짓고 판매하기 위해 고생을 해오고 있지만 글자 몇 자로 그 과정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농가가 직접 설명하고 스케치한 초안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구체화 시킨 시안

정직한팜은 땅콩, 작두콩, 고무마를 키우는 농가입니다. 주 작목이 땅콩이기 때문에 농장 심볼을 땅콩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농가가 직접 정의하고 스케치한 초안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로고를 가지고 아래의 홍보물을 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고는 아래처럼 엽서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고, 명함, 전단지, 간판, 블로그 등 활용범위가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로고를 활용한 홍보물 제작

이런 과정을 거쳐 16건의 개성 있고, 의미있는 자신만의 로고가 만들어졌습니다. 로고마다 그 농장이 추구하는 바와 그 농장주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를 떠나 모두가 다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과 농업이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판매하는 물건에 가치를 담는다면 이런 작은 노력과 변화야 말로 진정 의미 있는 변화와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7년 8-9월 농업기술센터 정보화교육 결과물

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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